매출 줄고, 지원금 못 받는데 대기업 진출 위기까지...3중고 떡집 "가래떡데이 기점으로 살아났으면"
“떡집은 코로나19 피해에도 제대로 지원도 못 받고 이리저리 치이면서 사각지대에 있었어요. 가래떡데이를 기점으로 다시 경기가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11월 11일 가래떡데이를 하루 앞둔 10일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시장은 떡을 찌는 하얀 연기로 가득했다. 전통시장 안에 있는 몇 안 되는 떡집들은 인절미와 시루떡, 백설기, 바람떡 등 20여 종 이상을 새벽부터 찌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진열대를 꽉 채운 떡들은 가래떡을 중심으로 진열되자마자 날개가 달린 듯이 팔려 갔다.
떡집을 하는 이 모 씨(57)는 “어제부터 가래떡데이를 맞아 가래떡 한 말씩 주문이 많이 들어와 일찍 나와 새벽부터 뽑았고 지금은 다 팔린 상태라 가래떡이 없다”며 “평소보다 매출이 2배가량 더 나오고 있고 내일도 두 말씩 여러 건 주문 예약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 시장에서 37년 동안 떡방앗간을 운영하는 임 모 씨(63)는 “그동안 많이 코로나19로 매우 힘들었는데 가래떡데이와 설날이 더 기대된다”며 “쌀을 이천에서 직접 공수해 와 정성 들여 떡을 만들기에 앞으로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래떡데이는 농업인의 날을 기념해 빼빼로를 대신해 우리 쌀을 이용한 간식을 즐기자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2006년 농림축산식품부가 공식적인 연례행사로 지정돼 올해 16회를 맞이했다.
그동안 떡집 상인들은 이날처럼 미소를 짓지 못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 속에서 정부의 지원에도 제외된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이다. 8월 정부는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소상공인 재난지원금(희망회복자금) 지급 신청을 받았지만, 떡집은 제외됐었다. 떡집은 국세청 분류 코드가 ‘떡류 제조업’으로 돼 있어 대규모 떡 공장들도 함께 포함돼 경영 위기 업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수유시장에서 떡집을 하는 김 모(51) 사장은 “코로나19 시기에 결혼식과 장례식, 돌, 백일 등 행사가 취소됐는데 떡류만 지원 업종에서 제외한 것은 억울했었다”며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 하는데 매출도 반 토막이 나 떡도 제대로 못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떡 시장은 대기업의 진출 위기도 있었다. 떡국떡ㆍ떡볶이떡 제조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된 지 1년 동안 대기업의 진출 압박을 받아왔다. 다행히도 9월 1일 떡류 제조업은 소상공인이 더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생계형 적합업종 재지정됐다.
올해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떡 시장 업계. 수유시장 떡집 상인들은 “가래떡데이를 기점으로 경기가 다시 회복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상인들의 소망처럼 아직 전망은 밝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에 따르면 작년 쌀가공식품의 수출액은 1억38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그중 떡류는 대표 품목으로 5390만 달러를 차지해 56.7% 전년 대비 증가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 관계자는 “가래떡데이는 쌀로 만든 가래떡이 주인공이 되는 날로서 쌀의 중요성을 다시금 새겨보는 날이다”며 “이날을 계기로 협회 차원에서 떡이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방문한 마지막 떡집에서 가래떡을 주문하자 떡집 사장은 미리 쌀을 푹 쪄 만든 떡을 커다란 기계에 얹어놓았다. 기계에선 가래떡이 줄줄 밀려 나왔다. 이렇게 기계에서 쉴 새 없이 밀려 나오는 가래떡은 떡판에 차곡차곡 담겨 식혀진 뒤 적당한 크기로 잘렸다. 떡집 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따뜻하고 묵직한 한 봉지의 가래떡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