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희망퇴직을 시작하면서 소매금융 사업 정리 수순에 들어간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이날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청할 수 있는 대상자는 근속 기간이 만 3년 이상인 정규 직원과 무기 전담 직원이다. 사업을 정리하는 소매금융뿐만 아니라 기업금융 직원도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다. 노사는 특별 퇴직금으로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X기본급 100%’ 지급 조건에 합의했다. 정년까지 남은 기간은 7년까지 인정되며, 이에 따라 최고 한도는 7억 원이다. 6월 말 기준 씨티은행 직원은 약 3300명이고, 이중 소매금융 직원은 약 2400명이다.
희망퇴직은 다음 달, 내년 2월·4월 세 차례에 걸쳐서 진행된다. 첫 희망퇴직 적용일은 다음 달 27일이다.
씨티그룹은 한국씨티은행 철수 비용으로 12억~15억 달러(약 1조4000억~1조8000억 원)가 지출될 것으로 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규제 당국에 제출했다. 이 비용은 직원들의 퇴직금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앞서 씨티그룹은 4월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서 소매금융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매금융보다 기업금융, 자산 관리 등 수익성 있는 사업에 집중한다는 이유였다.
씨티그룹 발표 이후 씨티은행은 인수자 찾기에 나섰지만, 인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6월 복수의 금융사가 씨티은행 전체 또는 부분 인수 의향을 밝히며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들은 직원들의 고용 승계 등에 부담을 느꼈고 결국 인수는 성사되지 못했다.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직원들에게 “일부 잠재적 매수자들은 전통적인 소비자 금융 사업의 도전적 영업 환경과 당행의 인력 구조, 과도한 인건비 부담 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실제 씨티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1200만 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는 인가 사항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은행법상 ‘은행업의 폐업’ 시 해당 은행은 금융위의 인가를 받아야 폐업을 할 수 있는데,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정리를 은행업의 폐업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다. 그러면서도 금융위는 씨티은행에 조치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은 이용자 보호 기본 원칙, 상품과 서비스별 이용자 보호 방안, 영업 채널 운영 계획, 개인정보 유출 방지 등의 계획을 금융감독원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에 노조는 금융위가 졸속으로 결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소비자금융 사업 폐지에 대해 금융당국이 인허가 권한을 포기한 선례로 남을 것”이라며 “금융 주권을 포기한 국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