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스킨십 행보, 남성에 무게…진보 비판에 여 할당제 우호 발언
李 "여성할당제 거의 없고 남성 혜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30대 표심 전략에 대한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선 이대남(20대 남성) 등 남성에 무게를 둬야 하지만, 그만큼 취약점인 2030 여성의 비호감이 커지면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위시한 진보진영의 공세가 거세져서다.
이 후보는 지난주부터 매일 2030 관련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14일에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2030 연구원들과 만나 항공우주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부인인 김혜경 씨 낙상사고로 일정을 전면 취소한 지난 9일을 빼고는 여러 분야의 2030과 얼굴을 맞댔다. 가상자산과 스타트업, 여성할당제 등 2030의 주요 관심 사안들을 다뤘다.
그 방향성은 남성으로 보였다. 전국여성대회가 열린 지난 9일 이 후보는 김 씨 간호에 집중하며 여성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명칭을 바꾸고 기능을 조정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며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남성이란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고 했다.
심 후보는 이를 지적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는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에 친여성 정책을 비판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글을 공유한 데 대해 “반(反) 페미니즘을 앞세워 차별과 혐오에 편승해 표를 구하려 한다”며 “남성과 여성을 갈라치게 한다고 남성 표가 오는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 후보는 전날 부산항에서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 “20대 남성이 여성할당제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하는데, 실제로 여성을 위한 할당제는 거의 없고 혜택은 남성이 본다”며 여성 친화 발언을 하면서 수습에 나섰다.
또 선대위 차원의 부인 김 씨 낙상사고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강경 대응도 여성 어필 의도로 읽힌다. 이 후보는 13일 구급차 안에서 김 씨 손을 잡은 사진을 공개한 데 이어 거제 지역 예비부부와 함께하는 ‘명심 캠프’ 토크쇼 도중 깜짝 전화했다. 김 씨는 “내가 잠시 기절을 했었는데 눈을 짝 다친 다음에 우리 남편이 저기서 막 울고 있었다”며 “상상이 안 가시죠. 그래서 좀 뭉클했어요”라고 밝히기도 했다. 14일에도 직접 119 신고를 하는 통화녹취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차별화 때문만으로 현 정부의 주요 지지층인 2030 여성을 모두 잃는 건 손해라는 계산, 또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진영과의 연대 필요성 판단이 깔려있다. 정권교체론에 대비한 현 정부와의 차별화와 진보진영 연대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대로는 이 후보는 결국 국민의힘을 끌어올린 2030 남성에 어필해 차별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면 지지할 곳을 잃은 2030 여성들의 표는 정의당 등 소수정당으로 가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