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블라인드 채용법 발의에 앞서 내놓은 말입니다. 의도는 알겠습니다. 학벌이나 성별, 출신이 아닌 실무 역량과 업무 적합성 등 직무역량 중심의 인재 채용이 취업준비생들이나 기업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겠죠.
여기에 진정성을 강조하고 싶어 자신의 경험을 내세웠습니다. 문제는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경희대 국제캠퍼스(수원캠퍼스)가 서울캠퍼스와 위치만 다른 ‘이원화 캠퍼스’라는 점이죠. 공과대학, 외국어대학 등 서울캠퍼스 일부 단과대가 이전해 설립됐다고 합니다.
결국 이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고 의원은 집중 포화를 맞았습니다. 경희대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들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경희대를 졸업한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경희대 수원캠퍼스는 분교가 아니다. 모교를 욕보이지말라”며 “한 사람 때문에 경희대 국제캠퍼스 동문 및 재학생들은 블라인드 채용의 후광을 받아야만 취업할 수 있는 자격 미달 대학 출신이 됐다”고 울분을 토해냈습니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정치인들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 하는 것이죠. 특히 대선후보들은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선 후보들도 수시로 불거진 설화로 논란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13일 부산에서 열린 스타트업·소셜벤처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부산 재미없잖아, 솔직히”라고 했다가 “아, 재미있긴 한데 강남 같진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의 발언을 두고 야권에서는 “지역 비하”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또 이 후보가 ‘강남’을 거론한 것과 관련해서도 “강남에서 도대체 뭘 하냐”며 이 지사의 발언에 ‘품격’이 없다고 지적했죠.
이 후보는 일명 ‘사이다 발언’으로 불리는 다소 직설적인 화법으로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거침없는 그의 발언은 여권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고, 이들을 집결시키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죠.
하지만 대선후보가 된 현재, 그의 화법은 장점보다는 단점으로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품격’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최근 인기 웹툰 ‘오피스 누나 이야기’의 제목만 보고 “확 끄는데요”라고 해 여론의 질타를 듣기도 했죠. 당시 이 후보 측은 “선정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크게 공감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설화로는 이 후보에 뒤지지 않습니다. 대선 후보이긴 하나 이제 막 정치판에 뛰어든 만큼 “정치언어 감각기 부족하다”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윤 후보는 우려대로 연일 실언을 쏟아냈습니다.
윤 후보는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 “부정식품이라면 없는 사람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등의 발언으로 등판과 동시에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는 발언은 화룡점정이었습니다.
윤 후보 측은 지도자의 ‘용인술’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해명했으나, ‘전두환도 정치는 잘했다’는 인과관계 자체가 맞지 않고, 무엇보다 ‘용인술’의 예시로는 부적절했다는 평가입니다.
유권자들은 두 후보의 막말 경쟁에 벌써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제 막 대선레이스가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가뜩이나 두 후보 모두 비호감도도 높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고기는 씹어야 맛, 말은 해야 맛”이라는 말이 있죠. 치열한 접전에 나설 두 후보의 발언이 더 독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누가 더 큰 말 실수를 하느냐가 이번 대선의 관건이란 말까지 합니다.
그런데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말실수는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합니다. 억눌러둔 속마음이 말실수로 무심코 튀어나온다는 것이죠. 여기서 정치권에서 도는 또 다른 말을 인용해보겠습니다.
“한 방에 훅 간다”
본심이든 실수든 대선후보로서 지켜야 할 선은 지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