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인텔 사업 거점부터 인수 기초 작업 나서
롭 크룩 인텔 부사장 CEO로 내정
인수 관련 심사 중 중국 결정만 남아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추진 중인 SK하이닉스가 사업 진행을 위해 올해 12개국에 15개 낸드 사업 관련 법인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인텔 낸드 사업부의 자산 및 인력을 효율적으로 융합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16일 이투데이 취재결과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주관하는 법인인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NAND Product Solutions)'을 말레이시아, 폴란드, 중국 베이징, 상하이에 6월부터 9월까지 각각 차례대로 설립했다.
앞서 2분기에도 캐나다(4월), 멕시코(5월), 중국 다롄(5월), 영국(5월), 일본(5월), 싱가포르(5월), 대만(6월), 이스라엘(6월) 등지에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이 설립됐다. 반도체 판매를 위한 유한책임회사(LLC)형 법인 2개(인터내셔널ㆍ아시아-태평양)까지 합치면 총 15개다.
이는 2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위해 1120억 원가량의 금액을 출자해 미국에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 법인을 세운 이후 나온 후속 조치다. 법인 설립 시점과 맞물려 인력 채용도 꾸준히 이뤄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신설법인 설립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와 관련한 기초 작업의 일환”이라며 “신설법인이 세워진 곳은 기존 인텔 낸드 사업이 진행되던 국가”라고 설명했다.
신설 법인의 최고경영자(CEO)는 인텔에서 플래시 메모리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그룹을 총괄하는 롭 크룩(Rob Crooke) 인텔 부사장이 맡을 예정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엔 인텔에서 25년 넘게 경력을 쌓아온 제프 울라드(Jeff Woolard)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크룩 부사장은 8월 비즈니스 전문 소셜서비스 링크트인을 통해 CEO 내정 사실을 밝히면서 “인수 관련 심사대상국이 계약을 승인하면, 미국에 본사를 둔 새로운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설립 진행 중인 회사에 대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스타트업’이라는 표현도 썼다. 인텔의 SSD 솔루션 역량과 SK하이닉스의 낸드 칩 제조능력을 합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SK하이닉스 자회사로 출범하게 된다는 것 외에 신설법인의 회사명이나 사업 구조 등은 아직 불투명하다. 회사 측은 인수가 마무리되는 2025년이 가까이 오는 시점에 이를 확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낸드 사업부 인수를 위한 SK하이닉스의 기반 작업이 활발히 진행 중인 가운데, 중국 행보는 여전한 변수다. 지난해 10월 90억 달러(약 10조1500억 원)에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1년이 넘었지만, 중국의 반독점 심사 승인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중국은 과거 미국의 반도체 관련 인수ㆍ합병(M&A)에 승인하지 않았던 전례가 있는 데다, 최근 미국이 인텔의 중국 사업 확대를 가로막는 등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도 가속하는 상황이다.
회사 측은 중국 규제 당국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연내 승인을 얻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28일 반도체 대전에 참석해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와 관련해 “조심스럽긴 하지만 연내에 마무리하려고 중국 정부와 협의하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SK하이닉스는 D램에 편중됐던 사업 구조를 개선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특히 그간 적자와 흑자를 불규칙하게 오갔던 낸드 사업은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사업 규모는 현재 글로벌 5위 수준이고, 인텔은 6위를 유지하고 있다. 두 업체의 점유율을 합치면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시장 2위로 올라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