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주민 동의 절차 난관 등 단지마다 사정 달라
오세훈표 민간 재건축 사업인 ‘신속통합기획’의 흥행 청신호가 켜졌다. 서울 시내 굵직한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신속통합기획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대치미도아파트)이 신속통합기획을 1호로 신청한 데 이어 최근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와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가 신속통합기획을 잇달아 신청했다.
대치미도아파트는 1983년에 지어져 올해 39년 차를 맞은 단지로 총 2436가구 규모다. 2017년 정비구역 지정 신청서를 냈다가 반려된 후 사업이 지지부진했지만,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신청 1호가 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971년 준공된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1584가구 규모로 재건축 연한을 훌쩍 넘겨 2017년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2018년 서울시가 여의도 개발계획을 보류하면서 사업이 정체됐다.
1979년부터 1984년까지 순차적으로 입주한 신천동 장미아파트는 1차(2100가구)와 2차(1302가구), 3차(120가구)를 모두 합하면 총 3522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로 2005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15년 만인 지난해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민간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던 이들 알짜 단지가 서둘러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한 이유는 재건축 '속도’ 때문이다. 재건축 과정은 정비구역 지정, 조합 설립, 건축영향평가·교통영향평가·환경영향평가 등 사업시행 인가를 거쳐 철거, 착공, 분양까지 걸리는 기간을 대개 5년으로 잡는데 신속통합기획은 이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해준다.
대치미도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 관계자는 “신속통합기획은 한 마디로 급행열차다. 기존 재건축 사업이 완행열차였다면 신속통합기획은 사업시행 인가, 각종 심의를 통합으로 처리해 시간을 단축하는 게 가장 큰 이점”이라고 말했다.
자격 요건을 갖춘 후보지가 공모를 통해 심사를 받고 통과하면 시작되는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신청한 후보지라면 지역 특성에 따라 도시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 대부분 사업(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한다는 게 서울시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공모 후 심사, 통과 절차 없이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신청한 후보지라면 특성에 맞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제도의 특성상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서초구 신반포2차, 여의도 한양·삼부아파트 등이 신속통합기획 신청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앞서 신청을 완료한 미도·시범·장미아파트는 정비구역 지정을 사전에 마무리하거나 안전진단을 통과한 곳으로 이후 절차까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만, 이 외의 단지들은 주민 의견 수렴 및 동의를 구하는 절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추진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은마반상회와 은마소유주협의회 등이 속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신속통합기획 신청을 위한 동의서 취합에 나선 상태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가 재건축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추진하는 정책이긴 하지만, 개별 단지마다 처한 사정이 달라 무조건 사업 기간이 단축된다고 기대하긴 어렵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