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도 7월 상장 후 80% 넘게 올라 시총 7위
두 기업 모두 '적자' 공통점...전기차 성장 기대감이 주가 견인
전기자동차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주식시장에서의 글로벌 자동차 업계 지형도 바뀌고 있다. 테슬라를 필두로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전통 자동차 업체들을 밀어내면서 자체 ‘빅3’를 형성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리비안은 이날 주가가 15.16% 폭등한 172.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상장한 리비안은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해 공모가(78달러) 대비 두 배 넘게 올랐다. 주가 급등에 힘입어 시가총액은 1467억 달러(약 173조 원)를 기록하게 됐다. 시총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연간 1000만 대를 생산하는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1390억 달러)을 가볍게 제친 것은 물론 단숨에 1위 테슬라(1조 달러)와 2위 도요타(3060억 달러)에 이어 글로벌 자동차 업계 3위에 오르게 됐다.
경쟁업체 루시드모터스(이하 루시드)도 이날 동반 강세를 보였다. 루시드 주가는 전일 대비 23.71% 뛰어 시총 기준 899억 달러의 몸값을 자랑하게 됐다. 이에 미국 2위 자동차업체 포드(790억 달러)를 제치고 시총 기준 7위 자동차업체에 오르게 됐다. 루시드는 지난 7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입성한 이후 주가가 80% 넘게 올랐다.
이들 두 회사의 공통점은 아직 수익이 없는 적자 기업이라는 점이다. 리비안은 2009년에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올해 9월에서부터야 전기차 픽업트럭 R1T를 출고하기 시작해 아직 매출마저 제대로 내지 못했다. 영업손실은 올해 상반기 20억 달러에 달했다.
루시드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도 9월 말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첫 번째 전기차 ‘루시드 에어’ 양산에 돌입, 지난달 말부터 출고하기 시작했다. 전날 발표된 루시드의 3분기 매출은 23만2000달러에 그친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5억2440만 달러였다. 올해 1~3분기 누적 순손실은 15억 달러에 이르렀다. 사실상 실적과 같은 기업 펀더멘털이 아닌 전기차의 미래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두 회사 주가를 끌어올린 셈이다.
리비안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2019년 이 회사 지분 20%를 사들이고 포드도 주요 투자자로 합류하면서 일찍부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리비안의 열렬한 팬을 자처한 베이조스가 올해 여름 우주여행을 떠날 당시 텍사스 발사기지를 오갈 때 리비안의 차량을 탑승해 전 세계 이목을 끌기도 했다. 특히 리비안의 제품이 단순 전기차가 아닌 미국 내 인기 차종인 픽업트럭이라는 점에서 미국에서만큼은 테슬라보다 잠재적으로 더 우위에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루시드는 테슬라의 핵심 차종인 모델S 개발을 총괄했던 피터 롤린슨이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기업이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테슬라 대항마로 불렸는데, 최근 루시드의 ‘에어’가 미국 유명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선정하는 ‘2022년 올해의 차’로 뽑히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신생 자동차 회사의 첫 번째 모델이 ‘올해의 차’로 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루시드는 3분기 전기차 1만3000대 신규 예약을 접수해 총주문량이 1만7000대를 넘었다고 밝혔다. 루시드는 내년 생산 목표치로 2만 대를 제시했다.
월가에서 향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지난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에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 구축과 관련한 예산(약 75억 달러)이 책정됐다는 점에서 전기차 업체들에 대한 낙관론이 이어지고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테슬라에 이어 리비안과 루시드의 가파른 주가 상승에 거품론을 제기하고 있다. 월가 자산운용사 밀러 타박의 매슈 메일리 수석 시장전략가는 “거품이 다시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또 다른 징후”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