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인 30대 직장인 김 모씨. 올 초부터 미국 기술주에 집중투자하며 나름 재미를 본 김 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미국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계속 미국 주식에 투자를 해야 할지 생각이 많아진 것.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달러 투자를 권유받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과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 안전자산인 달러가 유망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투자에 나서고 망설여진다. 벌써 오르기 시작한 달러화에 선뜻 투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무엇보다 달러 투자라는 것이 생소한 탓에 투자를 한다면 어떤 상품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궁금하다.
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나 봅니다. 달러 투자를 고민하는 지인들이 많아졌거든요.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때면 주목을 받는 투자처 중 한 곳입니다. 실제 달러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국내 거주자의 미국 달러화 예금이 875억2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53억7000만 달러 증가했다고 합니다. 한은 측은 “환율 상승 기대감에 기업들이 수출 등으로 벌어들인 달러 매도를 늦추고 해외 투자 등을 위한 자금을 예치하면서 달러화 예금이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환율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은 불안한 경제 상황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미국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 시기가 임박하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너도나도 달러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막상 일반 투자자들이 달러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투자를 시작해야 할까요. 당장 은행으로 달려가 원화를 달러화로 바꿔야 하는 걸까요? 맞습니다. 실물 달러 구매는 가장 직관적인 투자 방법입니다. 달러가 쌀 때 달러 지폐를 사다 보관하다가 비싸지면 다시 환전해 환차익을 얻으면 됩니다. 하지만 두 번의 환전을 거치며 수수료를 이중으로 내야 하는 단점이 있죠. 무엇보다 집에 달러화를 보관하는 것이 불안할 것 같네요.
그렇다면 달러 예금을 이용하면 됩니다. 원화를 입금하면 달러로 환전돼 입금되는데 일반 정기예금처럼 정해진 기간에 대한 금리를 제공하고,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죠. 여기에 환차익이 생겨도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또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 원까지 원금도 보장됩니다. 문제는 금리가 매우 낮습니다. 현재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금리는 0.1% 수준에 불과해 금리를 통한 수익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힘듭니다.
조금 더 공격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달러 ETF(상장지수펀드)’를 고려해 볼 만 합니다. ETF투자도 어렵지 않습니다. 증권회사의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통해 주식을 사는 것처럼 손쉽게 사고 팔 수 있거든요. ETF는 주식과 다르게 여러 종목으로 구성돼 분산 투자 효과도 있습니다. 또 달러 가치가 오를 때 뿐 아니라 내릴 때도 투자가 가능합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ETF는 △KOSEF 미국달러선물 △KODEX 미국달러선물 △TIGER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상품들의 경우 ‘보수’라는 개념의 보유 비용이 발생합니다. KOSEF 미국달러선물의 보수는 연 0.37%, KODEX 미국달러선물의 경우 연 0.25% 수준입니다.
‘달러 RP(환매조건부채권)’상품도 있습니다. 이 상품은 일종의 증권사 ‘달러 예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달러 표시 채권을 투자자에게 매도하고 일정 기간 후 약정 가격으로 증권사가 다시 매수하는 형태의 상품으로 은행의 예금 이자보다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은행 예금 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달러 투자 방법을 알아봤는데요. 문제는 과연 달러 가치가 계속 오를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오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논의하면서 달러 강세가 예상된다”며“향후 달러강세폭은 선진국의 긴축 강도 차이에 의해 결정되겠지만, 2014년과 달리 미국 독주의 금리 상승세는 제약되며 달러화 강세폭도 완만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연준의 한차례 금리 인상 이후에는 달러화 강세가 누그러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 추이를 감안할 때 2~3분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슈가 부각되며 달러가 강세 전환할 전망”이라면서도 “금리가 한차례 인상되고 유로존 경기 기대감이 살아나며 4분기에는 달러 약세를 전망한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