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은 행정상 제재금의 성격인 만큼 기업이 실제 취득한 부당이익을 기준으로 부과할 필요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1부(재판장 최한순 부장판사)는 A 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 사는 원심력콘크리트파일(PHC파일)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PHC파일은 고강도 콘크리트 말뚝으로 건물의 기둥 역할을 해 주로 아파트 건설 현장의 연약한 지반을 보강하는 기초공사에 사용된다. 일정한 규격에 따라 생산되기 때문에 기업별로 제품 품질에 큰 차이가 없어서 가격이 주요 경쟁요소다.
A 사를 비롯한 17개사는 소재지를 기준으로 권역별 모임을 만들어 2010년 4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국가·지자체·공공기관이 발주한 총 1768건의 PHC파일 구매 입찰에 참여하면서 낙찰사·들러리사·투찰가격을 합의해 실행했다.
이중 A 사는 단독으로 72건, 공동수급체를 구성해 24건을 낙찰받았고, 낙찰이 유찰되어 수의계약으로 40건을 체결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담합 행위를 포착해 A 사에 15억3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A 사가 중소기업자 간 경쟁품목 유지를 위한 유찰방지 목적으로 공동행위를 실행했다는 이유로 입찰담합으로 얻은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산정했다.
A 사는 "일부 계약은 수요기관과 물품 공급계약을 체결한 후 내용이나 납품 수량이 변경됐다"며 "실제 납품 금액이 아닌 낙찰 받은 계약 금액을 기준으로 관련 매출액을 산정해 과징금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부 계약이 계약 금액과 실제 납품 금액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과징금은 부당이득 환수 외에도 행정상 제재금의 성격도 가지고 있어서 과징금의 기준이 실제로 얻은 수입만을 범위로 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정상태 역시 과징금 납부가 곤란할 정도로 열악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과징금 액수가 과중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