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의 글로벌 인사이트] 우리 경제를 덮친 요소수 대란의 실체

입력 2021-11-22 05: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곽노성 BNE컨설팅 고문, 동국대 명예교수

지난달 15일 중국이 요소 수출제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요소수를 사용하여 질소산화물을 환원하는 장치(SCR)를 부착한 트럭, 버스는 물론 시멘트, 제철 등 우리 산업계는 일대 혼란을 겪어야 했다. 11월 11일 중국 측이 통관을 재개하면서 일단 요소수 부족 사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였지만, 수입의 80%이상을 한 나라에 의존하고 있는 품목이 4000개에 이르고 그 중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품목이 1800개가 넘는 우리 현실에 비추어 언제 또다시 이런 황당한 일을 당할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요소는 석탄 혹은 천연가스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에 이산화탄소를 반응하여 얻어지는 것으로, 특히 우리의 경우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2015년 출고분부터 버스, 트럭 등 경유차에 SCR 장치를 부착하도록 하였고 2019년에는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도 의무화하였다. 경유차량 비중이 낮은 일본(6%)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16%)보다 경유차 비중이 높은 유럽(20%)도 겪지 않는 요소수 문제를 우리만 겪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유사한 사태에 대비하여야 하는 것은 요즘 같은 ‘통상의 안보화’ 시대에 우리 경제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중요한 과제이다.

2011년까지 우리도 국내에서 요소를 생산하고 있었고 한때 단일공장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생산시설을 보유하기도 하였다. 이후 중국과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요소 생산을 중단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중국이 기 계약분에 대한 예외조치 없이 수출제한고시 4일 후 갑자기 통관검사 조건을 부과하는 조치에 들어가 이에 대비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이번 사태는 무역이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통상국가인 우리로서 특단의 대비가 필요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미·중 간 갈등이 단순한 경쟁을 넘어 패권 쟁탈의 양상을 보이고 있고 미국이 동맹을 통한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언제 또 희토류와 같은 시장지배적인 품목을 들고 우리를 압박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중단을 위협하여 일본의 항복을 받아낸 경험에 비추어 이번 요소수 대란과 유사한 사태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요소의 원료 단계인 암모니아를 자국 내 화학기업에서 생산하여 우리와 같은 문제를 피할 수 있었고, 국내에서도 현대제철이 동일한 방식으로 요소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80년대 말 우리 수입의 지나친 일본 의존을 탈피하고자-당시 무역적자의 대부분을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차지하였다-이른바 수입처다변화정책과 국산화율 제고를 위해 진력한 바 있으나 아직도 수입품의 많은 부분을 특정국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19년 에칭가스 등 4개의 반도체 소재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에 대비하여 만들어낸 수급관리대상 소재·부품·장비 338개 품목에 요소는 없었음을 상기해 볼 때 이번 요소수 대란 사태는 우리의 수입관리체계를 시급히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무역조치와 고율의 관세부과로 촉발된 통상의 안보화는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기후변화협약의 이행과정에서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의 제한이 예상되는 가운데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홍콩인권법과 코로나 발생지 조사 참여를 빌미로 작년 말 중국은 호주에 대한 석탄수입 중단 조치를 내렸고 이것이 중국의 요소 생산 부족을 가져와 수출제한 조치를 내렸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제3국의 행위와 그들 간 관계 또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작금의 통상현실이다.

이번의 어처구니없는 요소수 사태를 교훈 삼아 수입품목의 시장상황, 수입처의 안정성 등을 고려하여 ‘경제안보’ 차원에서 수입관리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독점 수입처의 경우 수입처 다변화가 우선이며, 다변화가 어려운 경우 관련 국영기업을 통한 국내 생산을 통해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