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페미니즘에 대한 견해차로 설전을 벌였다. 아파트 19층에서 살해한 연인 시신을 밖으로 던진 남성 사건의 해석을 두고 의견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발단은 22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SNS 글이었다. 장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이별 통보했다고 칼로 찌르고 19층에서 밀어 죽이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페미니즘이 싫은가? 그럼 여성을 죽이지 말라. 여성의 안전 보장에 앞장서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준석 대표는 장 의원의 이 발언을 지적하며 “선거 때가 되니까 또 슬슬 이런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고 했다. 연인 사이에 벌어진 극단적인 사건을 페미니즘을 이용해 젠더(gender) 갈등으로 비화한다는 것이다.
이어 이 대표는 “이런 잣대로 고유정 사건을 바라보고 일반화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전남편에게 졸피뎀을 먹여 살해하고 토막살인한 시신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해상에 투기한 사건을 보고 일반적인 사람은 고유정을 흉악한 살인자로 볼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 “애써 그가 여성이기 때문에 젠더 갈등화 하려고 하지도 않고 선동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장 의원은 이에 대해 “젠더 갈등 조장하는 일등공신이 이런 소리 하면 지나가던 개가 웃는다”고 반박했다.
두 정치인의 논쟁에 진 전 교수도 참전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서 이 대표를 향해 “공당의 대표가 이제 교제살인까지 쉴드 치고 나서나 안티페미로 재미 좀 보더니 정신 줄 놓은 듯”이라며 “교제살인이 이빨쌈치기 할 소재냐? 보자보자 하니까...”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대표는 “범죄를 페미니즘에 끌어들이는 것 자체가 위험한 선동이다. 누가 교제살인(?)을 옹호했나? 고유정의 살인이나 이번 살인 사건 모두 gender-neutral(성 중립적) 하게 보는 게 정답인데 이걸 젠더 이슈화시키는 멍청이들이 바로 갈라치기하는 시도”라고 했다.
이어 두 사람은 댓글로 “젠더 살인인데 젠더 뉴트럴하게 보라는 개소리는 웃으라고 하는 소리겠지요?(진중권)”, “교제살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어느 인터넷 신문기사가 제창하고 몇 년 지나 오늘 장혜영 의원이 띄우는 개념이라 그런 인식 자체가 생소(이준석)”라는 듯 설전을 이어갔다.
이 대표와 진 전 교수가 페미니즘을 놓고 설전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둘은 지난 4월에 ‘여성 할당제’에 관해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여성할당제의 필요성에 대해 격론을 벌이던 두 사람은 결국 “결핍된 교양을 남초 사이트에서 주워들은 소리로 때운다(진중권)”, “결국 어느 골방 철학자가 ‘절대적 진리’라고 믿는 ‘여성할당제를 하면 생산성이 좋아진다’라는 개똥철학(이준석)” 등 날 선 말을 주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