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조용병 회장 연이어 승소해 물꼬 터준 셈…법조계 “결과는 지켜봐야”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함 부회장의 채용 비리 사건 공판이 다음 달 8일 열린다. 같은 달 21일에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부실 판매 관련 중징계 취소 소송에 대한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올해 마지막 공판기일, 변론기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함 부회장이 두 가지 사건의 법정공방에서 승기를 잡을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는 앞서 유사 사안으로 소송을 치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승소했기 때문이다.
먼저 사법리스크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손 회장이다. 재판부는 지난 8월 손 회장과 금감원의 DLF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이 제시한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 이유가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상품 판매 과정에서 회의 결과를 조작하는 등 부정행위가 있었음은 분명히 했다.
금감원은 내부 논의 끝에 지난 9월 항소하기로 했다. 현재 손 회장과 금감원 모두 법률대리인을 지정하고 항소 절차를 밟고 있다.
손 회장에 이어 조 회장도 사법리스크를 일단 벗었다. 조 회장은 22일에 열린 은행 신입사원 부정 채용 관련한 항소심(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1심 유죄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 측은 “조용병 회장에 대한 상고 여부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함 부회장의 채용 비리 공판은 2018년 7월에 처음 시작한 이후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조 회장이 2018년 10월 1심 공판을 시작한 후 2심 결과까지 얻은 것과 비교하면 공판 절차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함 부회장이 사모펀드와 채용 비리 소송 결과는 ‘포스트 김정태’ 후보군 내 입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김 회장이 아직은 연임 의사가 없음을 밝힌 만큼 조만간 차기 회장 후보군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회장이 이달 초 열렸던 금감원장과 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연임 의사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없다”고 답한 바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손 회장과 조 회장이 각각 승소로 물꼬를 터주면서 함 부회장이 부담을 덜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확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