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심리가 사실상 횡보세를 보였다. 거리두기 규제 완화로 인한 일상회복 즉 소위 위드코로나에 따른 기대감과 원자재값 상승 및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반면, 소비자와 기업을 합한 종합심리지표인 경제심리지수(ESI)는 개선세를 이어갔다. 특히, 계절 및 불규칙변동 요인을 제거한 ESI순환변동치는 10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전산업 업황실적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과 같은 86을 기록했다. 제조업은 전달과 같은 90을 보인 반면, 비제조업은 1포인트 떨어진 83을 기록했다. 비제조업은 전달(10월) 84를 기록하며 2018년 5월(84) 이후 3년5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다만, 부정적 답변이 많은 우리 기업 특성상 2003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장기평균치인 80전후를 암묵적 기준치로 보고 있다. 실제, 제조업과 비제조업 장기평균치는 실적기준 각각 78과 74를, 전망기준 각각 81과 77을 기록 중이다.
연말 화물 수요 증가에 운수창고업이 11포인트 급등했고, 반도체 관련 부품 수요 증가 및 해외공장 가동 정상화로 전자·영상·통신장비가 3포인트 올랐다. 반면, 부동산업(-8p)은 매수심리 위축에, 도소매업(-5p)은 원가 및 물류비 상승, 자동차 등 상품수급 차질, 건설자재 등 계절적 수요 둔화에 하락했다. 1차 금속(-5p)은 건설 등 전방산업 수요 둔화 및 자동차 공급차질에, 화학물질·제품(-4p)은 화학제품 스프레드 축소에 각각 부진했다.
제조업부문을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2포인트 떨어진 98을, 중소기업은 3포인트 오른 81을 기록했다. 기업형태별로 보면 수출기업은 102로 횡보했고, 내수기업은 83으로 1포인트 상승했다.
향후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12월 업황전망BSI를 보면 전산업은 1포인트 떨어진 85를 기록했다. 제조업은 보합인 88을 보인 반면, 비제조업은 2포인트 떨어진 83을 기록했다. 비제조업은 전달 85까지 올라 2018년 6월(85) 이후 3년5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었다.
전자·영상·통신장비(+3p)와 도소매업(-10p), 1차 금속(-4p), 화학물질·제품(-3p)은 실적과 같은 이유로 각각 등락했고, 정보통신업(-3p)은 외부활동 증가 등에 따른 게임 등 소프트웨어 수요 둔화와 경쟁심화로 하락했다.
비제조업의 경우 불확실한 경제상황(15.2%)을 가장 높게 꼽았다. 다만 이 또한 작년 1월(13.2%) 이래 가장 낮았다. 인력난, 인건비 상승(11.4%)은 작년 1월(12.1%)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김대진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방역조치 완화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및 물류비 등 공급병목 현상에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좋아진 항목과 안좋아진 항목이 갈렸다”며 “메모리 반도체 가격 조정으로 대기업이 안좋아진 반면, 반도체 해외공장 가동에 따른 부품 납품 증가에 중소기업이 좋아진 것은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분간 공급애로와 물가상승 등 공급측 요인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고 덧붙였다.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ESI는 0.7포인트 상승한 106.3을 기록했다. 6월엔 109.3까지 올라 10년1개월만에 최고치를 보인 바 있다. ESI순환변동치는 0.6포인트 오른 108.6으로 2011년 5월(108.8) 이후 가장 높았다.
ESI순환변동치는 매월 발표 때마다 수치가 보정되면서 과거 발표시점에서의 시계열과 차이가 있다. 기준값 100 위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아래에선 인하를 했던 최소 필요조건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3255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했으며, 응답업체는 2762개였다. 조사기간은 이달 9일부터 16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