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과 실무지침 논의 단계…금융사ㆍ업권별 AI 서비스 및 준비 상황 격차 커
금융권의 인공지능(AI) 활용에 따른 윤리와 위험관리 기준을 담은 금융위원회의 가이드라인 시행이 요원하다. AI 행원 등 금융회사들이 AI 활용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는 만큼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
28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와 금융업권별 협회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지난 10월 말을 목표로 AI 가이드라인 실무지침 마련에 나섰으나 두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완성하지 못했다.
금융위는 올해 3분기까지 금융 AI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한 세부 실무지침을 마련하고 연내 시행하려고 했으나 금융사·업권별 AI 준비 수준에 격차가 커 실무지침마저 완성하지 못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7월 △AI 윤리원칙·AI 전담조직·위험관리정책 수립의 3중 내부통제장치 마련 △AI 학습 데이터에 대한 조사·검증 강화, 개인신용정보 오·남용 방지 △불합리한 소비자 차별 등이 없도록 시스템 위험관리 및 공정성 제고 △소비자에 AI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설명 및 권리행사를 보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 분야 AI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 발표 당시 AI 서비스 개발·운영 과정에서의 규제 불확실성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업권·기능·서비스 특성 등을 고려한 보다 구체적 행위지침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실무지침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실무지침 마련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사·업권별 AI 준비 단계에 차이가 커 실무지침에 이들의 의견을 포괄해 담아야 해 실무지침을 마련하기까지 시간이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7월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세부지침을 마련하기 위해서 관계 금융회사, 전문가와 논의를 진행했으나 금융회사별, 업권별로 AI 관련된 서비스나 준비 상황이 천차만별이다”라며 “기존에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세부지침에 비해 포괄적이고 개략적인 내용이어서 세부지침은 실제 서비스 과정에 적용되는 부분이라서 좀더 상세해야 하는데 회사별, 업권별 준비 상황이나 서비스 내용이 달라 조율하고 고민하느라 아직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이드라인 시행 시점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세부지침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 고민해야 할 금융회사들의 참여가 소극적인 것도 당초 계획보다 가이드라인 시행이 늦어지는 이유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들도 가이드라인에 어떤 내용이 포함돼야 하는지를 알지 못해서 계획처럼 진행이 어려웠다고 한다”며 “또,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가 없어서 곤란을 겪고 있다고도 들었다”고 귀띔했다.
AI 가이드라인 시행이 늦어져도 당장 금융권의 AI 활용에 제약이 있진 않을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장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로보어드바이저 등 AI 활용 서비스가 관련 법령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상태이며, 가이드라인은 기존 법령에 없는 AI 특수성을 감안한 내용을 보완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가이드라인 시행의 지연은 AI 활용에 따른 내부통제장치 마련의 미흡과 소비자 보호 문제로 이어질 수 있고, AI 기술의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금융권의 AI 활용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가이드라인이 법적 규제나 행정지도에 비해 약한 규제 형식을 취한 ‘모범규준’에 해당하는 만큼 금융사와 업권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 명확히 시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위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AI 운영에 대한 최소한의 방향성을 제시할 계획이어도 분명 규제의 성격이 있는 만큼 각 업권이 이해할 수 있고 명확한 기준과 원칙이 제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