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線이냐 善이냐 '자율주행 딜레마'

입력 2021-11-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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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델 스프너 형사가 탄 차가 충돌한 차와 함께 강물에 빠진다. 이때 길을 지나던 택배 로봇이 강에 뛰어들어 창문을 깨고 델을 꺼내려고 한다. 하지만 이를 완강히 거부하는 델. 그는 먼저 빠진 차에 탄 12살 소녀 사라를 구하라고 소리치지만 로봇은 듣지 않는다. 로봇은 델의 생존 확률이 더 높다는 이유로 아이를 구하지 않았다.

"로봇은 합리적 판단을 한 거죠. 로봇의 계산에 따르면 내가 살 확률은 45%, 사라는 11%였으니까. 하지만 1%라도 아이를 구했어야죠. 인간이라면 그렇게 했을 겁니다."

2004년에 개봉한 영화 '아이로봇'의 한 장면이다.

29일부터 서울시내에 자율주행차가 거리를 누빈다. 첫 '자율주행 시범지구'로 지정된 마포구 상암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차량을 불러 탑승할 수 있는 승용차형 자율차 3대가 운행을 시작했다. 올해 안에 버스 1대 등 3대가 추가돼 총 6대가 달린다. 내년 4월부터는 서울 청계천에 도심순환형 자율주행버스가 다니고, 강남지역에는 자율주행차인 '로보택시'도 도입된다.

자율주행차의 장점은 많다. 운전자가 직접 운전을 하지 않아도 이동이 가능해 고령자나 장애인 등 교통약자뿐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 차별받지 않고 이동의 자유가 보장된다. 운전을 하면서 보냈던 시간은 업무나 여가시간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차량수가 감소해 차량정체도 줄어들고 주차난도 해소된다. 이는 대기오염 감소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온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오세훈 시장은 지난주 '서울 자율주행 비전 2030' 설명회에서 사람의 도덕성을 실험하는 '트롤리(Trolley) 딜레마'를 언급했다.

고속으로 달리는 전차 트롤리 앞에 5명의 작업자가 선로를 보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옆 선로에서는 1명의 작업자가 일하고 있다. 선로 변환 레버를 당기면 전차의 선로가 변경돼 5명의 생명을 살리게 되지만, 대신 다른 선로에서 작업하던 1명이 목숨을 잃게 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묻는 사고 실험이다.

영화 '아이로봇'에 나온 것과 같은 사고가 났을 때 로봇은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옳은 걸까. 인간의 선택이 아닌 인공지능이 움직이는 자율자주행차가 트롤리 딜레마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서울시는 2026년까지 300대 이상의 자율차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이나 과실이 몇 대 몇인지 등 안전 문제와 윤리적 이슈에 대한 논의는 미흡하다.

오 시장도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윤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이를 뒷받침할 법과 제도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당신이 1명의 목숨과 5명의 목숨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그 한사람이 내 부모라면? 아이라면?

인간과 관련된 모든 일에는 차가운 머리뿐만 아니라 뜨거운 가슴이 필요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기 위해 정부, 자율주행 관련 업계, 법률가, 시민 등이 한자리에 모여 입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통해 법적 문제를 해결할 정책을 만들어 대비에 나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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