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대표 장수 최고경영자(CEO)인 박 부회장처럼 소비재 기업에는 유독 '장기집권' CEO가 많다. 최근들어 유통업계에서 실적 부진이나 조직 내부 갈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수장직을 내려놓는 CEO들이 적지 않은 상황과 대비된다. 순혈주의가 사라지고 외부 인사 수혈이 잇따르는 유통업계와 달리 식품, 화장품, 패션 등 소비재 기업은 10년 이상 전문경영인의 길을 걸어온 장수 CEO가 많다.
30일 이투데이가 분석한 전문경영인 근속연수에 따르면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 하이트진로음료 조운호 대표 등 소비재 기업에는 10여명의 CEO가 10년 이상 기업을 진두지휘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석구(72)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 사업부분 대표도 장수 CEO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조선호텔과 스타벅스코리아 사장을 거친 그는 20년째 신세계그룹 내 계열사를 바꿔가며 경영을 이끌고 있다.
이밖에 오리온홀딩스 허인철(61) 부회장, 하이트진로 김인규(59) 대표, 오규식(63) LF 부회장 등도 10년 이상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처럼 소비재 기업에 장수 CEO가 많은 것은 트렌드에 민감한 산업이면서도 스테디셀러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연승 유통학회장(단국대 교수)은 “제조업 기반인 소비재 기업은 스테디셀러 제품이 많고 그만큼 스테디셀러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전문경영인으로 선호해 왔다”며 “유통채널은 온라인으로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데 비해 제조업은 이보다는 변화의 속도가 느린 것도 장수 CEO를 배출해낸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소비재 기업도 신제품과 신사업 도입이 활발해지면서 변화가 요구되는 만큼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장수 CEO들에게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