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공급 불평등, 변이 출현으로 이어져
미국 CNN과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아프리카발(發) 새 변이 오미크론은 30일 현재 18개국에서 확인됐다. 애초 오미크론이 처음 발견된 보츠와나 19건, 남아프리카공화국 77건에 이어 유럽, 아시아, 북미, 오세아니아 등 4개 대륙에서도 보고됐다. 체코 1건, 오스트리아 1건, 덴마크 2건, 독일 3건, 이스라엘 1건, 이탈리아 1건, 네덜란드 13건, 포르투갈 13건, 스페인 1건, 영국 11건, 벨기에 1건, 스웨덴 1건, 홍콩 3건, 캐나다 3건, 호주 2건이다. 오미크론이 처음 확인된 지 약 15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24일 이후 약 일주일 만에 전 세계가 뚫린 것이다. 여기에 일본 후생노동성은 28일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입국한 30대 남성이 오미크론에 감염됐다고 확인했다.
새 변이의 등장은 예견된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백신 공급 불평등이 코로나19 변이 출현을 재촉한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선진국들을 향해 백신 사재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저소득 국가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지 않는 한 전 세계 집단면역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숱한 경고와 비난에도 선진국들은 백신을 쓸어갔다. 영국 시장분석회사 에어피니티에 따르면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선진국들은 점점 더 많은 백신을 쌓아두고 있다. 초과분이 계속 늘어 2022년 6월 미사용 재고분이 약 10억 회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그 결과 백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백신 접종률 차이는 현저하다.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선진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65%인 반면 빈국은 3%에 불과하다.
중국은 오미크론이 확산하자 아프리카에 백신 10억 회분을 기부하겠다고 나섰다. 부국의 백신 싹쓸이가 변이 확산을 부추겼다는 비판에 숟가락을 얹은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를 키운 원죄에서 자유롭지 않다. 남아공이 오미크론 확인 후 WHO에 신속하게 보고해 각국의 대응 속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중국의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남아공은 14일 자국에서 오미크론이 확인된 지 열흘 만에 WHO에 보고했다. 중국이 기원을 알 수 없는 폐렴의 집단 감염을 인지하고도 쉬쉬한 것과 대조된다. 주요 7개국(G7)도 한목소리로 남아공의 대응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원죄’와 선진국의 ‘백신 이기주의’로 전 세계가 변이의 역습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