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해달라는 노동계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 52시간제ㆍ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 이슈가 산적한 중소기업계에 또 다른 뇌관이 될지 주목된다.
시민단체 ‘권리 찾기 유니온’은 1일 오전 서울 시내 일대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 적용을 촉구하는 행진 시위를 벌였다.
영하의 날씨에 모인 20여 명의 시민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가 있는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이재명 캠프가 있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까지 8.5㎞를 행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이현우 권리찾기 유니온 부위원장은 “생명공학 연구직으로 일하며 수년 동안 근로기준법 밖에서 차별받아왔다”며 “5인 미만이라는 한 구절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받는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있다“고 호소했다.
편의점 판매직으로 일하고 있는 김경호 씨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부당하게 해고당해도 구제받을 길이 없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은 30%가 넘는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연차 휴가도 적용되지 않는다.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거리두기도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는 수십 년간 논의된 해묵은 문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상시로 5명 이상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만 근로기준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시행령으로 강제노동과 근로계약, 최저임금에만 일부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두고 1999년과 2019년 헌법 소원이 제기됐으나, 헌법재판소는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과 국가의 근로 감독 능력의 한계를 고려한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결정에도 정치권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계속됐고, 현재 국회에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예외 없이 근로기준법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6개의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법 개정 움직임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부담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이미 헌법재판소도 여러 차례 (근로기준법 11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영세하기 때문에 보호가 필요하다”면서 “소상공인에 대한 사회 안전망과 복지 정책 구축이 완료된 다음에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소상공인ㆍ자영업자는 저임금 근로자와 비교할 때 복지ㆍ임금 수준에서 누가 더 어렵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도가 도입되면, 해고ㆍ구조조정 등 파급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들은 법안 개정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달 29일 “(법안 개정이) 결과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어 비교 형량해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와 관련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1일 이 후보 캠프 측은 권리찾기 유니온이 전달한 입법 촉구서를 받은 뒤 짧게 법안 관련 논의를 나눴다.
하은성 권리찾기 유니온 정책 실장은 ”입법촉구서를 전달한 뒤 민주당 이수진 의원과 윤준병 의원, 캠프 관계자들과 짧게 법안 관련 논의를 나눴고,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