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수입산 대체할 우리밀 대표주자, 국내 최초 유색밀 '아리흑'이죠"

입력 2021-12-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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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 "산업계와 연계해 대량 확산 나설 것"

10년 동안 우리밀 연구, 아리진흑ㆍ아리흑찰 포함 3종 개발
식물특허 등록 14개 기업 기술이전, 재배면적 50㏊로 늘어

▲김경훈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가 국내 최초 유색밀인 '아리흑'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농촌진흥청)

“국내 최초 유색 밀인 아리흑은 수입 밀을 대체할 수 있는 우리 밀 대표주자이다. 우리 밀 전국 빵집 지도를 만드는 게 꿈이다.”

김경훈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는 10년 동안 우리 밀을 연구했다. 10여 년 전 우리 밀 연구의 시작은 색이 검은 흑밀부터였다.

김 연구사는 “10여 년 전만 해도 재래종을 비롯해 중국산 흑밀도 있었고, 농민들이 신기해서 심어는 봤지만 사용하는 곳은 없었다”며 “이때부터 색깔에 어떤 영양소가 있을까 하는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10년 동안 식량과학원에서 개발한 유색 밀은 3가지에 이른다. 국내 최초 유색 밀인 ‘아리흑’을 비롯해 더 기능성을 강화한 ‘아리진흑’, 통밀밥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찰기가 들어간 ‘아리흑찰’이 있다.

10년간 진행된 유색 밀 연구 개발의 가장 큰 목표는 우리의 이모작 상황에 맞게 품종을 만드는 것. 김 연구사는 “기존 재래종과 흑밀은 키가 커서 잘 쓰러졌고, 익어가는 속도도 느려 벼를 심고 난 뒤 다음 해 벼 심기 전까지 열매가 다 자라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계통 연구에 많게는 1만 개의 교배종이 사용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를 통해 3가지 유색 밀은 모두 항산화 기능,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것은 물론 키를 낮춰 쓰러지는 현상을 줄였고, 열매가 맺히는 속도가 빨라지도록 형질을 고정시켰다.

특히 유색 밀 아리흑은 개발 과정에서 여러 분야의 의견이 반영돼 더욱 의미가 크다. 업계와 학계, 주부 등 50여 명으로 구성된 국민디자인단은 2017년부터 2년간 유색 밀 개발 방향을 함께 논의했다.

▲국내 최초 유색밀인 '아리흑'. (사진제공=농촌진흥청)

김 연구사는 “국민디자인단과의 논의에서 ‘우리 밀은 몸에 좋지만 어떻게 좋은지’, ‘블랙푸드가 유행하는데 유색 밀도 한 축으로 만들어야 한다’ 등의 의견들이 반영됐다”며 “실제로 건강기능성 성분인 안토시아닌, 탄닌, 폴리페놀 함량이 높고 항산화 작용과 체중 감소 효과 등이 있다는 것을 규명했다. 품질 분석, 가공 연구를 통해 기업들의 산업화와 연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화를 위해 국내 최초 유색 밀인 아리흑은 식물특허로 등록했다. 이 때문에 특허를 가진 기업의 계약재배만 가능하다. 14개 산업체에서 기술 이전을 받았고, 2017년 1.6㏊(헥타르)에 불과했던 아리흑의 재배면적은 현재 50㏊까지 늘어났다.

아직 대기업의 참여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연구사는 “대기업은 원료곡 사용량이 많아 아직은 단가가 높은 아리흑을 사용하기 쉽지 않지만 이른바 동네빵집, 소상공인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며 “점차 흑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대형 업체들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밀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사는 “우리 밀에 대한 보조금과 정부 수매 등이 지난해 제정된 밀산업육성법에 반영돼 있다”며 “우리 밀을 비축하고 이를 보다 낮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되면 기업들의 진입 장벽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남은 숙제는 밀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외국산 밀과 달리 아직은 품질이 고르지 않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 연구사는 “밀의 품질이 고르게 유지될 수 있도록 밀 품질 분석기를 개발했고, 밀 품질 등급제도도 운영하려고 한다”며 “기능성 식재료의 특성을 활용해 관련 업계와 협업하면 앞으로 수입 대체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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