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비둘기파’서 ‘인플레 파이터’로 변신
연준 베이지북 “경제 전반 걸쳐 물가 올라”
OECD “각국 경기회복 격차 커져”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OECD는 이날 글로벌 인플레이션 예측치를 3개월 전 대비 크게 높이면서 오미크론 변이가 성장을 늦추고 비용을 증가시키는 불균형을 가중시킬 것이라 경종을 울렸다.
OECD는 주요 20개국(G20)에 대한 내년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지난 9월 3.9%에서 이번에 4.4%로 0.5%포인트 올려 잡았다.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가장 크게 향상한 곳은 미국과 영국으로, 양국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모두 기존 3.1%에서 4.4%로 각각 상향 조정됐다.
로렌스 분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이미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며 “이는 정상적인 복귀를 지연시키거나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해 회복에 위협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OECD의 이러한 시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태도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했던 연준은 최근 들어 이러한 인식을 180도 바꾸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물가 상승과 관련해 “‘일시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우리의 수단을 쓸 것”이라며 대응 의사를 피력했다. 연준이 이날 발표한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 역시 “물가가 보통에서 강한 수준으로 상승했으며, 경제 전반에 걸쳐 물가가 올랐다”며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비둘기’에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한 연준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의 조기 종료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지난달 회의에서 발표한 테이퍼링을 몇 달 더 빨리 마무리하는 것을 고려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OECD는 연준의 테이퍼링 가속화 방침에 이견이 없다면서도 글로벌 단일 통화정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본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물가상승률을 보이는 일부 신흥시장 경제는 선진국과 상황이 매우 달라서 두루 적용될 수 있는 만능 통화정책이란 없다”며 “미국은 유럽과도 다르고, 물가 상승률 문제가 훨씬 덜한 아시아와도 다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각국의 경제 상황과 경기 회복에 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성장 속도와 인플레이션 등 자신의 상황에 맞는 통화정책을 펼쳐야 할 때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세계 경제에서는 수급 불일치와 함께 백신 공급에서부터 경제 회복, 미국과 유럽의 노동시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커다란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