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의 출현으로 발칵 뒤집힌 가운데, 한때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만5000명을 훌쩍 넘던 일본에선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대에 그치고 있어 주목된다. ‘K-방역’ 성공을 자부하던 한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5000명대를 넘나드는 것과 특히 대조된다. 외신들은 “두 달 사이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며 최악기의 2% 수준으로 줄어든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을 앞다퉈 분석했다. 이 가운데 뉴스위크는 한국과 일본의 역전 현상에 주목하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우리나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5266명 늘어 누적 45만7612명이라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는 전날 5123명에 이어 이틀 연속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서울 2268명, 경기 1495명, 인천 355명 등 수도권에서만 총 4118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수도권에서의 확산세가 거세다.
이는 일본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크게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2일 0시 기준 일본의 확진자 수는 121명으로 전날보다 48명 늘었지만 전 세계 추이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뉴스위크는 첫 번째 이유로 접종한 코로나19 백신 종류를 들었다. 코로나19 백신을 일찌감치 확보하지 못한 한국 정부는 올 2월 3일 화이자 백신을 긴급 승인하고, 같은 달 10일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4월 7일에는 얀센 백신, 5월 21일에는 모더나 백신을 차례로 승인했다.
2월 26일부터 고령자를 대상으로 AZ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이후,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공급이 늘면서 AZ와 얀센 백신 접종은 크게 감소했지만, 11월 23일 시점 1차 접종자 중 AZ와 얀센 백신 접종자는 26.3%와 3.5%로 약 30%를 차지했다.
뉴스위크는 한국에서 AZ와 얀센 접종률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AZ 백신의 코로나19 예방효과는 약 70%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약 95%와 94%보다 낮기 때문에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만 접종시킨 일본보다 신규 확진자 수가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AZ 백신은 다른 백신에 비해 감염을 방지하는 중화항체 감소가 빠르다고 지적되고 있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한국 정부가 방역 거리 두기 완화를 급하게 시행한 점을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10월 말 시점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500~2200명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 완료율이 70%를 넘겼다며 경제 활성화를 우선시해 11월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위드 코로나’ 시행에 들어갔다.
오후 10시까지였던 음식점의 영업시간 규제를 철폐하고, 옥외 스포츠 이벤트 관객도 정원의 50%까지 입장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 또 백신 접종을 조건으로 최대 8명으로 제한하던 사적 모임도 백신 접종 유무에 관계없이 수도권에서는 최대 10명까지, 비수도권에서는 최대 12명까지 허용키로 결정했다. 이처럼 급격한 거리 두기 완화 때문인지 신규 확진자 수는 4000명대를 훌쩍 넘더니 순식간에 5000명대까지 올라섰다.
이런 상황에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까지 나오는 등 방역 상황이 악화하자 한국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 원인으로는 한국의 기온이 일본보다 낮다는 점을 들었다. 신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 서울의 올해 10월과 11월 평균 최저 기온은 각각 0.5도와 1.3도로, 같은 기간 도쿄의 평균 최저 기온 15.2도와 8.3도를 크게 밑돌았다. 한국에서는 지난해에도 기온이 떨어지는 11월 중순부터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기 시작해 크리스마스 즈음에 신규 확진자 수가 정점에 달한 바 있다. 일본에서도 기온이 더 낮아질 경우 신규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일본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크게 줄어든 이유에 대해선 아직도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외신들은 다양한 추측성 보도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단정하진 않았지만, 크게 2가지 이유를 댔다. 첫 번째는 예방접종의 침투다. 일본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개시 시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졌었지만, 현재는 인구의 70% 이상의 백신 접종을 완료해 신규 확진을 억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마스크 착용에 대한 저항감이 적다는 점이다. 가디언은 “서양 국가에서는 실내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화하는 한편, 일본인 대부분은 마스크를 벗는 것만 상상해도 몸을 떨 정도”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감기나 인플루엔자 등의 예방 차원에서 겨울철 마스크 착용이 습관화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델타 변이가 기존 코로나19보다 기복이 심해 감염이 확대할 때든 줄어들 때든 급격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긴급사태를 선언한 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한 가지는 의료기기가 충분히 갖춰졌다는 것이다. 일본은 인구당 CT스캐너 배치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아 폐의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기 쉽다고 인디펜던트는 분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인구 100만 명당 CT스캐너가 111대인 반면 영국에서는 9대에 그친다. 그 외 체외막산소공급(ECMO) 배치 수나 병상 수가 많은 것도 신규 확진자 감소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동물용 항기생충제 ‘이버멕틴’ 효과설에 대해선 그저 ‘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버멕틴은 소나 말에게 주로 쓰는 구충제다. 일본 정부는 지난 8월 이버멕틴에 대해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을 뿐,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한 적이 없다. 효과가 있는지, 안전한지 확인하는 임상시험에만 쓰라는 게 현재 공식 지침이다.
그런데도 미국에선 백신 거부 운동에 악용되고, 잘못 복용해 부작용을 겪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당신은 소도 아니고 말도 아니다, 그만 하라”고 호소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