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선임부행장 투톱체제에서 다시 원점으로
2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산은은 지난달 말 지배구조내부규범을 개정하고 선임부행장의 정의를 삭제했다. 기존 산은 지배구조내부규범 제2조 3호에서는 “집행부행장 중에서 두 개 이상의 부문을 총괄하도록 이사회에서 지정된 자를 선임부행장이라고 한다”고 정의했지만, 이번 개정안에선 선임부행장 정의를 아예 삭제해버린 것이다. 선임부행장의 업무는 제도 도입 이전처럼 전무가 총괄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은이 직제개편을 하면서 선임부행장을 없애고 전무로 통합한다고 보고 받았다”며 “업무 통할에 대한 산은의 경영상 의사결정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선임부행장 제도는 지난해 12월 도입이 결정됐다는 점이다. 산은은 지난해 선임부행장을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직제규정안을 의결하고 지배구조내부규범을 개정했다. 선임부행장은 각 1개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타 집행부행장과 달리 산업은행 총 9개 부문 가운데 기업금융, 글로벌사업, 자본시장, 심사평가 등 4개 부문을 총괄한다. 산은은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선임부행장 제도를 시행해 신설 직위에 당시 최대현 기업금융부문장을 임명한 바 있다.
산은의 결정에 대해 당시 업계에서는 산은이 맡은 방대한 업무에 대해 사실상 수석부행장과 선임부행장이라는 ‘투톱’ 책임자가 생겼다는 해석이 나왔다.
산은은 당시 선임부행장 제도를 도입하는 배경으로 “한국판 뉴딜, 녹색금융, 신산업·혁신기업 지원 등 신규 정책금융 업무량 확대를 감안, 경영진의 적정 업무분담 등을 통한 조직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산은이 단기간에 직제개편을 재실시한 배경과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선임부행장 제도 자체가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만 선임부행장 제도를 도입한지 불과 1년만에 이를 폐지하는 것으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 직제개편을 자주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내부에서는 현 수석부행장 임기 만료 이후 선임부행장이 그 자리를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산은에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산은은 신규 정책금융을 강화하기 위한 직제개편이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내년에도 한국판 뉴딜, 녹색금융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녹색금융과 신산업·혁신기업 지원 등 새로운 정책금융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산은은 내년에 현재 정부에서 설립 추진 중인 기후대응 기금 유치를 기반으로 KDB 탄소넷제로 등을 통해 미성숙한 탄소중립 기업을 핀셋 지원할 계획”이라며 “산은만의 플랫폼을 확장하고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촉진하고 있으며, 혁신 생태계 확산을 위한 플랫폼을 통해 일반적인 체계를 갖추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