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저출산, 결혼 자체를 할수 없는 게 문제…청년 금융지원 필요"

입력 2022-01-06 13:26수정 2022-01-0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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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고 싶어도 못 낳아서 문제
청년 노동시장 진입 위해 금융지원 필요
수도권 집중 심화, 권역별 거점 도시로 해결 가능
저출산 대책, 공급자 위주…수혜자 관점의 정책 필요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 (사진제공=한국개발연구원)

"현재 저출산 대책을 보면 보육·출산 등의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사실 결혼 자체를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결혼해서 아이를 안 낳는 것도 문제지만 결혼을 안 하면 아이 자체를 못 낳는 거죠. 결국 빠른 시간 내에 쳥년들의 경제적 자립이 돼야 하는 건데, 노동시장을 초기에 진입할 수 있게 해주고 부족한 자금에 대해선 금융 지원을 통해 일단은 가정을 이루도록 해야 합니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은 최근 세종 KDI 연구실에서 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대한 대책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이 팀장은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에도 참여해 저출산·고령화 정책에 대해 자문하고 있는 인구 전문가다.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생산연령인구가 줄면서 향후 우리나라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은 최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2020∼2070년' 자료에서 생산연령인구가 2020년 3738만 명(총인구의 72.1%)에서 2070년에는 1737만 명(46.1%)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50년간 생산연령인구가 2000만 명 이상 줄어드는 셈이다.

코로나19가 저출산·고령화 앞당겨…인구 감소 현상은 불가피

이태석 팀장은 코로나19의 출현이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앞당겼다고 봤다. 이 팀장은 "지난해 자연인구 감소는 코로나로 인해 대면 접촉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5~10년 정도 당겨진 것"이라며 "코로나 회복 과정에서 과도하게 감소하던 인구가 다시 반등이 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문제 인식이 안 되겠지만, 인구 감소 자체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명의 부부가 만나 두 명의 자녀를 낳고 4인 가족이 돼야 한다. 즉, 기본적으로 합계출산율이 2.1 수준이 되지 않으면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라며 "한 명의 자녀만 낳을 경우에도 인구 감소 현상이 불가피하다. 그보다도 아이를 낳고 싶어도 막상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아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큰 문제"라고 봤다.

인구 감소, 청년 노동시장 진입 어려워 가속화…금융지원 필요

한국의 합계출산율 감소 속도는 2016년부터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05년 1.08명으로 최저치를 찍은 뒤 소폭 반등과 하락을 거듭하던 합계출산율은 2016년(1.17명)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줄었다.

이 팀장은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 속도가 유독 빠른 것에 대해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지금이 생산가능연령인 청년 세대가 제일 많고, 노동 시장에서 공급이 제일 많은 시기"라며 "수요보다 공급이 많기 떄문에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결혼을 늦추니까 출산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있지만, 우리나라보다 금융시장이 발달했기 때문에 학자금 대출도 받고 집도 장만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장래의 기대소득을 현재로 당겨올 수 있는 수단이 많이 제한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청년이 금융 지원을 통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결혼할 수 있게끔 여건을 만들어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이라며 "보육보다도 금융 지원을 통해 청년들의 미래 소득을 현재 소득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결혼이나 출산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집중 심화, 권역별 거점도시로 해결해야…명확한 기준 필요

청년 세대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로의 쏠림이 심화하면 지방의 일자리 부족과 인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다. 이 팀장은 "청년들이 서울로 모이는 현상이 개개인으로서는 합리적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비합리적"이라며 각 지역에 서울과 유사한 수준의 거점 도시를 세우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를 전라권, 경상권 등의 권역으로 나눠 서울과 동일한 혹은 유사한 수준의 환경을 조성한 거점 도시를 세워야 한다"며 "청년들 입장에서는 직장을 구하고 배우자를 만나기 위한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 현재 서울인데, 이를 거점도시에서도 비슷한 확률이 나올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서울에 불공평하게 모든 재원이 투입된 상황에서 서울과 대등한 재원을 투입하려면 일부 거점도시의 불균등한 발전이 불가피해 반발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생명공학·디지털 중심 도시 등 거점 도시의 선정 과정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진행함으로써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출산 대책, 공급자 위주로 집행돼…수혜자 관점에서 정책 세워야

정부는 2006년부터 15년간 저출산 대책에 약 200조 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국비 기준 2006년 1조 원에서 지난해에는 42조9000억 원으로 매년 예산을 늘렸지만,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팀장은 그동안의 저출산 대책에 대해 "공급자 위주로 정책이 집행됐다"는 걸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긍정적으로 본다면, 저출산 대책에 지원을 많이 한 것이 불가피한 인구 감소의 폭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정책의 혜택을 받는 사람의 관점이 아니라 정책을 제시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주로 대책이 세워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저출산 대책이 출산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했는지, 출산을 고려하는 사람에게 주는 서비스의 제공자 관점에서 생각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보육이나 청년 대책 등의 경우, 대책을 집행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좌우되곤 한다"고 진단했다.

이 팀장은 "정책의 효과가 없거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면 예산을 떼어내야 하는데, 지금은 정책의 효과가 안 나타났으면 오히려 예산을 더 많이 편성한다"며 "중요하더라도 정책의 효과가 없으면 다른 정책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동수당 등 현금 지원해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없어…민간 경쟁 필요

이 팀장은 아동수당·영아수당 등 현금성 지원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수당을 통해 선택권을 주는 방식이 경제적으로는 어느 정도 타당하지만, 막상 지급된 돈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현행 만 7세 미만에서 만 8세 미만으로 확대하고, 올해 1월부터 출생한 아이에게는 추가로 24개월간 매달 영아수당을 지급하는 '아동수당법'이 처리됐다.

그는 어린이집 등 교육·보육 시장에서도 민간의 경쟁과 사업성을 보장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팀장은 "시장에는 동질적이지 않은 다양한 상품이 있어야 한다"며 "시장성에 따른 어느 정도의 불공평성, 즉 똑같지 않은 서비스에 대한 그런 불만들이 생길 수 있지만,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쟁과 사업성을 일부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등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이 팀장은 부처 혹은 지자체 간의 경쟁을 통해 예산 수립 과정의 비효율성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관련 사업 부서 간에 경쟁을 시키고 서로 비교함으로써 더 나은 성과가 나타날 수 있는 사업에 예산을 주면 정책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기관·프로그램·부처 간의 경쟁이 있어야 하고, 경쟁의 논리가 꾸준히 쌓이고 체계화돼야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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