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말 많고 탈 많은’ 청소년 방역패스...꼭 필요할까?

입력 2021-12-0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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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시학부모연합이 ‘전면등교 대책 마련 백신패스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소년 방역패스 확대 시행을 앞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학부모와 교원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방역패스 도입이 예정대로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단 우리나라보다 방역패스를 먼저 도입한 대다수 나라에서는 청소년 방역 패스를 도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각 나라별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3일 단계적 일상회복 유보와 함께 내년 2월부터 청소년 방역패스를 확대 시행하고 밝혔다. 청소년 유행을 막기 위해 현행 18세 이하인 방역패스 예외 대상을 11세 이하로 조정, 12~18세 청소년에게도 방역패스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학부모와 교원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2~18세 청소년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나자 청소년의 안전을 위해 백신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외 63개 단체는 오늘 9일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집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숫자로 보는 청소년 백신 접종의 위험성

▲지난 3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이상반응관리팀이 발표한 ‘주간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분석 결과(39주 차)’ 중 연령별 이상반응 의심사례 신고 현황. (주간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분석 결과(39주 차) 캡처)

실제로 청소년 연령대에서도 이상반응 의심사례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전체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19세 이하’ 연령대의 이상반응 신고율은 가장 낮은 수준이며 중대한 이상반응 신고도 가장 적다.

지난 3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이상반응관리팀의 ‘주간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분석 결과(39주 차)’에 따르면 청소년(19세 이하) 연령대의 전체 이상반응 신고는 10만 명당 363.3명으로, 80세 이상(10만 명당 245.1명)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보다 신고율이 낮았다.

사망·아나필락시스 의심·중환자실 입원 등 주요 이상반응 등을 포함하는 중대한 이상반응 신고율은 10만 명당 8.5건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를 전체 접종 건수 대비 백분율로 볼 경우 전체 이상반응 발생은 0.36%(전체 이상반응 신고 1만3375건 / 전체 접종 건수 368만1401건)이며, 중대한 이상반응 발생은 0.008%(중대한 이상반응 신고 312건 / 전체 접종 건수 368만1401건)다.

소아·청소년(12~18)세를 연령별로 구분할 경우 전체 이상반응 신고율은 18세에서 10만 명당 465.1명으로 가장 높고 나이가 어려질수록 계속 신고가 줄어 12세에서는 10만 명당 123명만이 이상반응을 신고했다. 결국 이상반응 신고 건수 및 발생률을 볼 경우 청소년의 백신 접종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유독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처럼 수치상 드러나는 위험성이 크지 않자 정부는 청소년 백신접종을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6일 K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청소년 백신 접종은 권고 수준이었는데, 더 강한 호소를 해야 할 것 같다”며 “방역패스는 미접종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기보다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함께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청소년 방역패스, 세계적 흐름은 아니지만 대규모 유행 막기 위해 필요

▲6일 서울 정독도서관 앞에 붙은 ‘도서관 출입시 방역패스 의무화 안내문’. (연합뉴스)

그러나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은 전 세계적인 추세는 아니다.

유럽은 일부 국가에서만 청소년에게 백신 패스를 적용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백신 접종 정책을 쓰고 있는 오스트리아도 대학생은 백신 패스가 없으면 학교에 들어갈 수 없도록 했지만 12~18세 청소년에게는 백신 패스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반대로 독일은 6~12세 어린이의 백신 음성 확인서가 의무화됐고, 이탈리아는 12세 이상 청소년에게 방역패스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방역패스 기준이 다른데, 가장 적극적으로 방역패스를 요구하는 뉴욕시의 경우 오는 14일부터 5~11세 어린이도 한차례 이상 백신을 맞았다는 증명서를 제시해야 실내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뉴욕시는 이전까지 12세 이상에 대해 방역패스를 적용해 왔다.

호주는 퀸즐랜드주에서 중고등학교 백신 강제 정책을 세계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선생님이나 학교 행정 관련 근무자들에 해당하는 정책으로, 청소년 접종과는 무관하다.

이 가운데 정부가 청소년 방역패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접종대상자인 한 고등학생은 ‘방역패스 반대’ 청원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자신을 고2 학생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백신을 맞아도 감염되는 사례가 많고, 미접종자의 일상생활을 막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방역패스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6일 기준 2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청소년들에게도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한다. 18세 이상 백신 접종률이 93.7%(6일 기준)인 상황에서 대규모 유행을 막으려면 그동안 방역패스가 적용되지 않은 청소년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상엽 KMI학술위원장(감염내과전문의)은 “방역패스는 결국 다중이용시설 이용의 안전성 확보를 통해 대규모 유행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청소년의 감염 위험을 낮추는 것은 물론, 청소년을 매개로 성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상황 등을 막기 위해 방역패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신 접종으로 발생하는 심근염·심낭염 등의 이상반응은 초기부터 인지하고 관리되는 위험이기 때문에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다. 오히려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오는 합병증 등이 더욱 위험하기 때문에 청소년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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