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연세대학교 명지병원 외래교수
그 질문에 나는 조심스럽게 반문했다. “정상과 비정상, 과연 이 세상에 실재하는 것일까요?”
“네?”
나는 들고 있던 만년필을 꺼내 들었다. “이건 무엇이죠?”
“만년필이요.”
“정답입니다. 그럼,이 만년필은 좋은 건가요,나쁜 건가요?”
“알 수 없죠….”
“맞아요. ‘사실 명제’와 달리 ‘가치 명제’에선 참과 거짓을 정의할 수 없습니다.”
“정상과 비정상도 ‘가치명제’이군요!”
“맞습니다. 그런데도 인류는, 특히 한국인들은 ‘정상’의 가치관이 절대 진리라고 여기고, 거기에 집착하는 삶을 살아 왔어요.”
삼십대 중반의 독신주의자인 그녀는 주변에서 허다한 조언과 관심이라는 압력에 시달려 진료실까지 비를 피하듯이 들어 온 것이었다.
“요즘은 살찐 것도 병이라고 한다면서요?”
“하하. 그러게요. 요즘은 노화도 병이라고 정의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가족들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저에게 이리저리 하라는 충고가 점점 많아져요. 정말 지구를 떠나 산속에라도 들어가야 할지….”
“우린 ‘집단주의’가 매우 강한 민족이지요. 그러다 보니, 평균이 어딘가-즉 어떤 옷이 유행인지, 지향점이 어디인가-부자들은 어떤 동네에 사는지,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느라 시간을 보내지요. 이에 부합하지 못하는 자신과 타인을 비난하고, 이를 달성하면 자만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을 무시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 지나친 물결에서 벗어나, 나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 그것이 정말 뉴 노멀이 아닐까요? 물론 가치관에 정답은 없긴 하지만,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주는 실용적인 가치관이겠지요.”
진료실을 나서는 그의 한층 가벼워진 뒷모습에서, 내 모습도 조금 가벼워짐을 느꼈다.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