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사에 자동차보험료를 내려 소비자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시그널을 연달아 보내고 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반사이익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해보험사들은 “일시적인 요인일 뿐, 손해율 상승 요인은 남아있다”고 항변하고 있어 동결로 절충될 전망이다.
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자동차보험료 산정을 놓고 금융당국과 손보업계 간 의견 조율이 진행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보험료 책정은 보험사 고유 권한이나, 자동차보험의 경우 의무가입 상품인 만큼 통상 12월부터 내년도 요율 논의를 진행한다. 금융위원회는 일부 손보사에 자동차보험료 인하 가능성을 물어 무언의 압력을 가했고, 금융감독원장도 수익성 등을 고려해 유도할 부분이 있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보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인하 가능성을 물은 건 인상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며 “보험개발원에 조회해보니 자보료 인상요인이 있다는 수치가 나와, 인하보단 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손보업계가 주장하는 인상요인은 위드 코로나 시행, 자동차 정비수가 인상, 차량 도료 가격 인상 등이다. 실제 자동차보험 점유율 85%를 차지하는 상위 4개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의 올해 1~10월까지 누계 손해율은 78.2%에서 79.8% 사이였다가, 지난 11월에는 80% 후반대로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통상 77%~80%를 적정 손해율 수준으로 본다. 위드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자동차 이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사고도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
차량 도장재료비도 가격 변동 요인이다. 현재 차량 도료에 대해서는 9월 30일 이후 논의가 없는 상황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도장재료비를 올려줘야 하는 원가 인상 등의 요인이 없는 상황”이라며 “인상이 없는 것으로 합의를 보려 하자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올해 안에 결론을 내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인상요인인 정비수가도 3년 만에 4.5%포인트 인상돼 이달 1일부터 적용됐다. 정비수가 인상은 자동차보험료 손해율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정비수가가 4.5% 인상되면 손해율 보전을 위해 보험료에 1%대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소비자 단체는 주요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흑자구간에 들어간 만큼 보험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자동차보험료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권에서도 손보사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에 가세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외부활동을 자제하면서 차량 운행량이 줄어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에 도움이 됐다”며 “그러나 이로 인한 손보사의 수익성 개선은 일시적인 것으로 보험사기 예방을 통한 자동차보험금 누수 방지,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 관리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중소형 손보사들의 MS 확대를 위한 인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