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이 2021년 한국 사회를 정의하는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꼽았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 패가 된 것’을 비유한 사자성어다.
12일 교수신문에 따르면 전국 대학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760표 중 묘서동처가 514표(29.2%)를 받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묘서동처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각처에서나 여야 간에 입법, 사법, 행정의 잣대를 의심하며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며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고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묘서동처를 추천한 다른 교수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권력자들이 한패가 돼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단속하는 자와 단속받는 자가 야합하면 못 할 짓이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묘서동처를 선택한 이유로 내년 대통령 선거를 걱정한 교수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누가 덜 썩었는가 경쟁하듯 리더로 나서는 이들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가득하다”,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 국운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인곤마핍(人困馬乏)’이 371표(21.1%)를 얻어 그 뒤를 이었다. 인곤마핍은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이다. 세 번째 득표(17.0%)는 자기 이익을 위해 볼썽사납게 싸우는 것을 비유하는 ‘이전투구(泥田鬪狗)’, 네 번째(14.3%)는 판단력이 둔하여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다는 뜻을 가진 ‘각주구검(刻舟求劍)’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