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서 ‘로봇 테마’가 뜨고 있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로봇의 하드웨어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 통신 등이 제대로 뒷받침되면서 미래 산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부품 업체,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두루 살필 것을 권유했다. 다만 과도한 투자 열기를 주의하면서 기초체력이 뒷받침되는 곳을 선별해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진로봇, 로보티즈, 휴림로봇, 로보스타 등은 지난 13일 들어 일제히 급등했다.
청소ㆍ물류 로봇을 개발하는 유진로봇은 13일 29.89% 치솟은 데 이어 다음 날 8.43% 올라 4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4500원대에 올라선 것은 지난 4월 15일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이와 함께 로보티즈(29.73%), 휴림로봇(25.71%), 로보스타(15.46%) 등도 13일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주가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을 확대한다는 소식에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삼성전자는 최근 로봇 기술을 연구해온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상설 조직인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켰다. 사업 가능성을 타진한 뒤 로봇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는 평가다.
주요 기업들이 속속 사업을 가시화하면서 투자자들은 새로운 주도 종목 찾기에 분주하다. 증권가에서는 로봇 연관 기업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그동안 사업을 추진해 온 LG전자, 현대차, 네이버, 아마존, 테슬라 등을 꼽았다.
LG전자는 SG로보틱스, 로보스타 등을 인수하는 등 일찌감치 로봇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1조 원에 인수했다.
네이버는 네이버랩스를 통해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을 축적 중이다. 아마존은 물류창고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에 걸쳐 로봇과 무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8월 로봇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해마다 로봇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해왔다”며 “앞으로 생활가전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가정용 로봇 상용화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또 로봇 산업에 대해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로봇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졌고, 여러 작업을 수행하게 됐다”면서 “비대면 수요 증가도 기업의 로봇 사업 진출을 촉발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품 업체부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시스템통합(SI) 업체 등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ETF 역시 주요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미래에셋글로벌인베스트먼트가 발행한 티커(종목코드) ‘BOTZ’는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로봇에 투자한다.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춘 아크인베스트의 ‘ARKQ’, 익스체인지트레이드콘셉트가 발행한 ‘ROBO’ 등도 대표적 로봇 ETF로 꼽힌다.
일각에선 대기업의 로봇 사업 가시화가 관련 상장회사에 수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회사가 미래 성장을 위해 준비하는 단계인 만큼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로봇 관련주가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면서 “주가가 큰 변동성을 겪을 수 밖에 없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후 1시 23분 현재 유진로봇(-3.11%), 로보티즈(-1.89%), 휴림로봇(-7.49%), 로보스타(-0.96%) 등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