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이주열 한은 총재 물가안정목표 점검 모두말씀

입력 2021-12-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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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한국은행은 물가상황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물가안정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연 2회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발간하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 내용을 설명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2021년 하반기 우리 경제의 물가상황과 향후 전망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최근의 물가상황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금년 1~11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2.3%로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돌았습니다.

특히 10월 이후 3%대로 더욱 높아졌으며 지난달 상승률은 3.7%를 나타냈습니다.

물가 오름세가 이처럼 크게 확대된 것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농축산물가격도 기상여건 악화, 병해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이어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공급측 요인에 더해 국내 경제가 코로나 충격에서 회복되면서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압력이 점차 커진 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달 개인서비스물가는 일 년 전보다 3% 상승하며 예년 수준을 상당 폭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내었습니다.

다음으로 향후 물가 흐름을 살펴보면, 내년에는 국제유가 등 공급측 요인의 영향이 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보다는 다소 낮아지겠지만 상당 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하면서 금년에 이어 내년에도 2%대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고, 근원물가 상승률은 2%에 근접한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근 국내외 물가 흐름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이 늘어나고 그 영향도 점차 확산되면서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과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더 이상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국제유가 등 에너지가격 상승은 대다수 국가에서 소비자물가의 오름세 확대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당초 에너지가격 상승은 수급불균형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주요국간 갈등, 기상이변 등 예상치 못한 충격이 더해지면서 높은 에너지가격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공급병목 현상(supply chain bottlenecks)도 당초 자동차용 반도체 등 일부 중간재와 내구재에 국한되었으나, 이후 원자재와 물류 등 생산단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예상보다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공급망 회복이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급 측면에서 비롯된 일시적 요인들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압력까지 더해지며 물가 오름세는 국내 각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2%를 상회하는 높은 가격상승률을 나타내는 품목의 범위가 에너지, 농축산물 등 일부 품목에서 최근에는 내구재, 개인서비스, 주거비 등 많은 품목에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여 일시적 요인이나 특이 요인의 영향을 제외한 기조적 물가의 오름세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매우 높거나 매우 낮은 품목을 제외한 ‘조정평균 소비자물가’나 정부정책의 영향을 제거한 ‘관리제외 근원물가’의 상승률을 보면 연초 1% 내외였으나 최근에는 2%를 웃돌고 있습니다.

더욱이 2%를 큰 폭 상회하는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면서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안해지면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임금과 물가의 상호작용을 통해 물가상승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편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경제 환경에서도 구조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기업들이 비용절감 보다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우선시하여 리쇼어링에 나서는 등 글로벌 밸류체인(GVC)의 재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생산 및 유통 관리에 있어 재고를 최소화하는 기존의 저스트-인-타임(just-in-time) 방식에서 만일에 대비하는 저스트-인-케이스(just-in-case)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효율성(efficiency)보다는 복원력(resilience)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수정하는 조짐이 보입니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여 구조적인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저탄소ㆍ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움직임은 원자재 가격 상승, 화석연료의 수급불균형 등을 유발하면서 장기적인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Greenflation)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말씀드린 바와 같이 최근 들어 물가상승의 속도가 빨라지고 그 범위도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은행은 최근의 물가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모쪼록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 힘차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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