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내수 경기가 코로나19 사태 악화와 일상회복 중단으로 다시 타격을 받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급속한 확산에다,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외적 경기 하방요인의 악영향이 커진다. 고공행진 중인 물가 오름세도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겹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증폭하는 양상이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코로나 확진자 증가와 방역 강화로 대면 서비스업 등 내수 영향이 우려되고, 소비자물가가 강세”라고 진단했다. 12월 들어 소비지표가 뒷걸음치는 추세가 뚜렷하다. 국제유가와 외식물가, 농축수산물 가격 등 생활물가가 계속 오른다. 기재부는 20일 발표하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물가관리목표를 2% 이상으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관리목표치가 2%를 넘는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4월부터 2% 이상의 상승률을 보이다가 10월 3.2%, 11월 3.7%로 치솟았다. 11월까지 누계상승률이 2.3%로 정부 관리목표를 훨씬 웃돈다. 올해 물가 연간상승률이 2012년(2.2%) 이래 9년 만에 가장 높을 게 확실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에너지·농축산물뿐 아니라 내구재·개인서비스·주거비 등으로 가격 상승이 확산돼 인플레이션 장기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높은 인플레는 가계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경제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꺾이고, 전망도 먹구름인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운다. 글로벌 인플레와 긴축 움직임이 실물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긴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의 조기 종료와 함께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영국이 선진국 가운데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1%에서 0.25%로 올렸다. 글로벌 경제 주도국가들의 긴축을 위한 잇따른 금리인상이 예고된다.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진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의 파산이 임박하다. 전방위적인 경제 타격이 불가피하다.
경기 회복은 멀어지고, 물가가 계속 오른다. 글로벌 경제의 공통된 위험이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시장 전망 또한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금융시장 위축은 실물경제 후퇴로 이어진다. 국제유가와 원자잿값 상승, 중국의 경기 후퇴, 공급망 차질 등으로 세계 경제가 가라앉고,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까지 불안해지고 있다.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악화하는 국면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보다 엄중하고 심각한 경기 인식이 요구되지만 절박감이 떨어진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반복하면서 막무가내로 재정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경기 개선효과는 떨어지고 나랏빚만 늘리는 악순환이다. 정권 말기에 돌파구도 보이지 않고, 정부의 위기극복 능력에 신뢰도 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