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옥죄기가 경기 급격한 둔화 초래
수개월 래 지준율 추가 인하 전망
환율 요동칠 것…세계 경제 균형 효과 기대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달 들어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지급준비율(지준율)과 ‘사실상 기준금리’로 간주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잇따라 인하했다. 앞서 6일 발표된 지준율 0.5%포인트 인하 조치가 15일부터 적용된 가운데 이날 우량기업에 적용하는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LPR 1년물까지 낮추면서 경기부양을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는 자세를 선명히 한 것이다. 지준율과 LPR는 중국 통화정책 조정의 양대 핵심 도구다.
이는 미국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두 배 높이는 동시에 내년 최대 3차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두고 다른 길을 택한 배경은 현재 처한 경제 상황이 달라서다. 중국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격적인 봉쇄와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빠르게 회복됐다. 올해 초 나 홀로 ‘V자형’ 반등에 나섰다.
이후 중국 정부는 부채 규모가 불어나는 것을 우려해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교육, 기술 등 전방위 분야에서 단속이 강화됐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옥죄기가 경기의 급격한 둔화를 초래했다. 규제 강화에 따른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유동성 위기는 바로 시장 전체의 침체로 이어졌고, 여기에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까지 겹치면서 경기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실제로 중국 제조업 핵심으로 꼽히는 철강업계는 최근 부동산 시장 위기에 휘청이고 있다. 9월 이후 중국의 월간 조강 생산량은 20% 넘게 급감했고 같은 기간 중국 철강업체 주가를 종합한 CSI철강지수도 27% 하락했다.
이에 중국이 경기부양에 더 초점을 맞추면서 앞으로 수개월 안에 지준율을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이 커지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인플레이션 억제가 시급해졌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98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6.8%를 기록했다. 결국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평가를 철회하고 물가 안정 총력전에 나섰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딩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과 미국 경제가 경기 순환의 다른 단계에 있다”며 “올해 긴축에 나선 중국이 내년에는 내수 부양으로 전환해 성장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미국은 내년부터 성장이 둔화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대 중앙은행의 정책 전환은 글로벌 자본 흐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연준이 매파로 돌아서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미국과 중국 채권 수익률 격차가 좁혀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조정 압력도 커질 수 있다. 중국 위안화 강세와 사상 최대 해외자본 유입도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헬렌 차오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매파 기조로 선회하고 인민은행이 (통화정책) 완화를 택하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이 가시화돼 환율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의 서로 다른 접근이 과열을 식히고 양국 간 성장이 수렴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긍정적 분석도 있다. 딩솽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상쇄하면서 세계 경제 전반에 균형 효과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