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국내 증시 관련 기사가 ‘최초’ 타이틀로 도배된 해였다. 코스피 지수는 최초로 3300선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다. 1956년 장을 연지 약 65년 만이다. 코로나 사태가 불어닥친 2020년 1700대까지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상전개벽’ 수준이다. 코스피 IPO 공모금액은 이달 기준 17조 원으로 이전 최대였던 2010년 8조8000억 원을 한참 넘어 섰다. 코스피 신규상장 기업도 2011년 25개사 이후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코스피 상승의 주역은 단연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였다. 증권가 관계자는 지난 2년간 국내 증시의 비약적 발전과 변화는 동학개미의 힘이 컸다고 평가한다. 개인 투자자의 주식 활동 계좌는 5500만 계좌,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누적 순매수 규모는 82조 원을 넘어섰다. 코로나 사태가 불러온 저금리 기조와 더불어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집값은 개인 투자자들 사이 자본소득 열풍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 이후 60여년간 축적된 ‘자본주의 경험’도 한 몫 했을테다.
국내 증시 몸집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올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분류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SE) 지수도 선진국에 편입된 마당에 MSCI도 예정된 수순이 아니냐는 생각에서다. 정부는 연일 군불을 떼는 모양새다.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15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MSCI 편입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걸림돌로 지적됐던 ‘공매도 전면화’ 등을 재검토 하겠다는 발언도 나왔다.
그동안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시도가 번번이 실패했던 만큼 정부의 실행 의지는 제법 강해보인다. MSCI주주들과 물밑 접촉을 진행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관건은 국내 시장 참여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다. 코스피 상승의 주역 ‘동학 개미’들은 공매도 전면화에 대해 반감이 매우 크다. ‘공매도 학습효과’를 얻은 만큼 내년부터 경기가 긴축 흐름에 들어서면서 안정성이 떨어지면 변동성이 높아질까 개인들은 당장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물론 이외에도 MSCI가 요구했던 외국인투자등록제도 폐지, 외환 역외거래 허용 등 풀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역외 외환시장을 개설하면 환율 변동성에 대해 정부가 대응이 쉽지 않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특성상 환율 변동성에 취약한 점도 고민이다. 그러나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상황을 고려하는 발언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정보전쟁에서 한발 뒤쳐지면서도 지수 하락의 굳건한 방패막이 돼온 개미들은 여전히 정책 변화에 순응 해야하는 수동적 입장에 놓여있는 것이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다른 선진국들 처럼 국제 유동성 자금이 몰리면서 코스피 지수가 4000까지 갈 거란 분석이 나온다. 다른 선진국 증시들 처럼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만큼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안정적일 거란 연구도 있다. 올해 당장 MSCI 관찰국 대상 발표는 6월이고, 실제 편입까지는 2024년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들에게 국내 증시에 대한 인식이 ‘투기성 시장’에서 ‘건전한 자본소득’이란 인식으로 전환이 이뤄지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다. 개미들이 흘린 눈물을 헤아려 설득에 나서야 국내 자본시장도 길고 멀리 갈 수 있는 동력을 얻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