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사이트] 사람인줄 알았는데…'가상 인간' 모델로 쓰는 금융사

입력 2021-12-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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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간 로지가 지하철에서 춤추고 있다. /사진출처= ‘[신한라이프] 라이프에 놀라움을 더하다’ 유튜브 캡처

한 광고 속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여자는 지하철에서 팔을 벌리며 춤을 춘다. 팀 패스파인더의 ‘Fly So Higher’ 노래에 맞춰 표정도 다채롭게 바꿔 간다. 밝은 노래에 춤을 추는 건 여느 금융사 광고와 다를 바 없지만, 이 광고의 특이점은 모델이 가상 인간이라는 점이다.

신한라이프는 최근 가상 인간 ‘로지’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광고 속 로지는 군중과 함께 유연하게 움직인다. 그렇다 보니 로지가 실제 사람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다수다. 로지가 출연한 영상은 조회 수 1000만 회를 넘었다.

로지의 개발자인 백승엽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대표는 한 방송에 출연해 로지에 대해 ‘모델 리스크’를 줄인 것이 강점이라고 헀다. 가상 인간은 실제 인간처럼 사건, 사고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뜻에서다. 고객의 자산을 다루는 만큼 신뢰가 중요한 금융사 광고에서 모델 이미지는 중요한 요소다.

지난해 KB저축은행은 유튜브 ‘가짜 사나이’에 출연해 인기를 끈 해군특수전전단(UDT) 출신 A씨와 촬영한 광고 관련 사진을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이내 A씨의 성범죄 재판 이력과 채무 불이행 논란 등이 불거지자 게시물을 삭제했다. 금융사에서 모델의 ‘신뢰’와 ‘안정’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위 방송에서 백 대표는 광고 모델과 관련해 “예전에는 (모델의) 음주, 폭행 리스크 걱정이 있었고, 요즘은 데뷔 전 과거 문제 (리스크가 있다)”라며 “그런 건(논란) 스크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상 인간은) 그런 리스크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장점으로) 꼽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시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로지를 광고 모델로 쓴 이유에 대해 “기존 보험 광고 공식을 깨고 MZ세대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신뢰’에 이어 미래 고객인 ‘MZ’를 생각해 가상 인간을 썼다는 것이다. 이는 신한라이프 뿐만이 아니다.

KB국민은행 역시 아이돌 ‘에스파’와 광고 모델 계약을 체결하면서 “KB의 디지털 혁신 의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Z세대가 이끄는 미래 금융 세상은 ‘디지털을 통한 혁신’과 ‘시공간을 초월한 끊김 없는 금융서비스’가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판단하에 에스파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에스파는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걸그룹으로, 가상 세계의 아바타 개념을 아이돌로 끌어왔다. KB국민은행은 티저 영상을 통해 에스파가 KB의 디지털 세계로 건너와 메타버스에서 활약 중인 아바타 ae-에스파를 소환해 함께 미래 금융세상을 만들어 나간다는 콘셉트를 잡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 인간 모델로 (기업은) 젊고 밝은 새 이미지로 탈바꿈할 수 있다”며 “신한라이프 광고는 업권에서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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