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52주 신저가'
기관 1년간 7.7조 팔아치워
'비롯데맨' 수장 영입으로 반전 꾀해
'유통공룡' 롯데쇼핑의 주가 부진이 심상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백화점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으나, 대형마트와 슈퍼 사업에서 실적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 주가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발생 당시 5만7800원 저점을 찍었다. 주가는 오랜 기간 횡보하다 지난해 4분기부터 우상향하는 경향을 보였고, 백신 접종이 본격화된 올해 초 '코로나 종식' 기대감이 커지며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인 13만5000원(3월 9일)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델타변이, 오미크론 등이 나타나며 롯데쇼핑 주가는 이후 지속적으로 우하향하고 있다. 이달 1일 롯데쇼핑 주가는 8만27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주가 부진이 이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실적 탓이다. 22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4분기 매출 3조9574억 원 영업이익 1653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액은 전년 수준(0.04% 증가)이지만 영업이익이 8.93%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영업이 코로나19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이 뼈아프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10~11월 백화점 부문 기존점 성장률의 회복이 나타날 것으로 추정한다"면서도 "할인점과 슈퍼, 하이마트, 이커머스 등의 부문별 매출은 기존 예상보다는 부진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3분기 일회성 비용으로 적자를 기록했던(희망퇴직 비용 600억 원) 백화점 부문의 영업이익은 성수기인 4분기를 맞아 회복되겠지만, 전년 대비 감익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할인점과 하이마트, 이커머스 등 기타 주력 사업부문의 수익성도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부진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큰손'인 기관투자자의 롯데쇼핑 '팔자' 행렬이 계속되는 점도 주가 부진이 이어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4일부터 이달 21일까지 기관투자자는 7조7061억 원어치의 롯데쇼핑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2조1514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은 9조8163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기관과 외국인이 팔고 개인이 주가를 떠받치는 형국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달 한달 롯데쇼핑 주식의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보면 기관의 '팔자' 행렬은 더 두드러진다. 기관투자자는 12월 들어 2거래일을 제외한 모든 거래일에 롯데쇼핑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이 이달 2조1041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주가의 추가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DB금융투자는 전날 롯데쇼핑의 목표주가를 기존 15만2000원에서 11만 원으로 27.6% 하향 조정했다.
롯데그룹은 연말 인사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그룹은 지난달 롯데쇼핑 대표로 김상현 전 DFI 리테일 그룹 대표이사를 영입했다. DFI는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 1만여 개 점포를 운영하는 홍콩 소매유통 회사다. 1979년 롯데쇼핑 출범 이후 롯데그룹의 유통 부문을 총괄하는 수장에 '비롯데맨'이 임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인사는 롯데그룹이 순혈주의가 완전히 깨졌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룹 내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코로나19 여파로 롯데쇼핑의 경쟁사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주가도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신세계 주가는 올해 5월 32만7500원까지 치솟았으나 지난달 29일 21만1500원까지 떨어졌다. 현대백화점 주가도 지난달 30일 6만66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다만 두 회사에 대한 증권가의 시각은 롯데쇼핑에 대한 시각과 온도차를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신세계에 대해 "2022년에도 명품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5만9000원(유지)을 제안했다. NH투자증권은 현대백화점에 대해 "막연한 우려보단 실적으로 평가할 때"라며 마찬가지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0만5000원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