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주택에 세 부담 집중…주택시장 숨 고르기”
정부와 여당은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등을 동결하거나 인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아 내년도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표준지 공시지가는 10.16% 상승한다. 올해(10.35%)보다는 인상 폭이 줄었으나 2년 연속 10%대 인상률을 기록했다. 시‧도별로는 서울(11.21%), 세종(10.76%), 대구(10.56%), 부산(10.4%)이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서울을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가 13.32%로 가장 많이 오른다. 이어 서초구(13.24%), 성동구(13.06%), 영등포구(12.64%), 송파구(12.55%) 등 순으로 조사됐다.
내년도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71.4%로 올해(68.4%)보다 3%포인트 높아졌다. 정부는 토지의 경우 2028년까지 시세의 90% 수준에 도달하도록 하는 로드맵을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이용 상황별 공시지가 상승률은 주거용 10.89%, 상업용 9.6%, 농경지 9.32%, 공업용 8.33%, 임야 7.99% 등으로 조사됐다. 상가가 자리한 상업용지 공시지가 상승 폭은 올해 10% 상승한 데 이어 내년에도 9.6%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사업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표준지 상위 10위 부동산들은 코로나19 여파로 공시지가가 일제히 추락했음에도 보유세는 올랐다. 서울 중구 충무로1가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는 내년 공시지가가 319억9700만 원으로 올해(349억6000만 원)보다 추락했다. 반면 보유세는 올해 2억2517만 원에서 내년 2억3667만 원으로 5.1% 오른다.
중구 명동2가 우리은행 부동산도 올해 공시가격이 780억8760만 원에서 내년 735억7500만 원으로 5.78% 추락했지만, 보유세는 같은 기간 6억2276만 원에서 6억6137만 원으로 6.2% 상승한다. 해당 용지 소유주가 다른 부동산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전제로 계산한 값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인상되고 올해 재산세 도시지역분 상한이 걸려있던 점을 고려하면 공시지가 하락에도 전반적인 보유세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표준주택 공시가격은 내년 평균 7.36% 오르며 올해(6.8%)보다 상승 폭이 더 커졌다. 2005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2019년(9.1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시‧도별로는 △서울 10.56% △부산 8.96% △대구 7.53%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시세 구간별로는 현실화율 분포의 균형성 제고기간(2021년~2023년)이 적용되는 시세 9억 원 미만 표준주택의 변동률이 5.06%, 9억~15억 원 주택이 10.34%, 15억 원 이상 주택이 12.02%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고가주택의 세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가운데 가장 비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은 공시가격이 올해 295억3000만 원에서 내년에는 5.32% 올라 311억 원이 된다. 총면적 2861.83㎡ 규모의 이 저택은 2016년 표준단독주택이 되면서 129억 원으로 공시된 후 6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회장의 주택 보유세는 1주택 보유 기준으로 올해 8억7400만 원에서 내년 9억7290만 원으로 늘어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연구실장은 “9억~15억 원과 15억 원 이상 시세구간은 각각 공시가격이 10.34%, 12.02% 상승해 고가주택에 세 부담이 집중될 전망”이라며 “당분간 주택시장은 계절적 비수기와 여신규제, 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며 거래시장이 숨 고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