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P2E, “새로운 사업구조 vs. 사행성 조장”…업계ㆍ당국 의견 갈려

입력 2021-12-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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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규제 공감, P2E 논의 필요해”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 공식 카페)

P2E(Play to Earn) 게임이 현실에 등장하자 규제 관련 문제도 함께 대두하고 있다. 당국은 P2E 게임이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를 앞서 마련해둔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단순히 사행성 여부로 이를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견해다. P2E 게임이 신산업과 강하게 연결돼 있고, 향후 산업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규제 관련 논의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제32조에 따르면 게임을 통해 획득한 유ㆍ무형 결과물을 환전하거나 환전 알선하는 경우, 재매입하는 경우 등이 금지돼 있다. 게임을 통해 얻은 게임머니나 아이템 등을 현금화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인 셈이다.

정부가 게임 내 아이템 현금화를 막은 가장 큰 이유는 사행성을 조장하지 않기 위해서다. 게임산업법에는 사행성을 조장하지 못하도록 한 다양한 조항이 포함돼 있다. 제28조에 따르면 △게임물을 이용해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할 것(2항) △경품 등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3항) 등 사행성을 방지하려는 조치를 게임 사업자가 취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는 지난 10일 P2E 게임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에 대해 등급분류 취소 결정을 내렸다. 게임 자체가 게임위 분류를 거치는 대신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자체 등급분류를 통해 출시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였단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P2E 게임을 합법화 청원한다’, ‘돈 버는 게임이 왜 나쁜 건가요?’ 등 청원을 올리며 반발했다.

게임업계는 사행성 조장에 대한 규제에는 공감하면서도 새로운 사업모델로 부상한 P2E 자체를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단순히 게임뿐만 아니라 메타버스ㆍ블록체인 등 신산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점진적인 변화를 피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P2E 모델을 도입한 게임이 운영되는 등 변화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A 게임사 관계자는 “글로벌 차원에서 P2E를 허용한 국가가 많다. 이를 차세대의 큰 흐름으로 판단하는 모습”이라며 “이런 변화가 이어지다 보면 국내에서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B 게임사에 근무 중인 개발자는 “로블록스 등 이용자가 창작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P2E 모델이 다양하게 도입될 가능성이 생겼다”며 “단순히 게임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 산업과 연결된 만큼 전과는 다른 규제나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게임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있다. C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이란 콘텐츠의 본질을 보면 완성도나 우수성, 재미가 우선이지 돈을 버는 것 자체가 주가 돼선 안 된다”며 “게임 시스템과 기술력에 더욱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고 게임의 본질에 충실하되, 게임을 즐기며 일정 이익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부에서 볼 때 P2E 자체에 부정적인 인식이 없지 않다”며 “수면 아래에 있던 아이템 거래 등의 문제를 양지로 끌어올려 이용자 피해 없이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P2E 체제의 장점 중 하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P2E 게임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재홍 숭실대학교 교수(전 게임위 위원장)는 메타버스 등 새로운 디지털 산업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P2E 게임을 통해 수익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현 상황을 넓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메타버스 속에서 게임은 일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기업이나 업계, 증권가도 이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가상자산과 게임의 연계성을 경계하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위 교수는 “업계에서는 P2E 대세론을 부각하며 P2E를 토대로 확률형 아이템을 팔 수 있는 또 다른 계기로 바라보는 듯하다”며 “NFT 기반의 게임은 잘 만들고 난 다음에 시스템을 붙여야 하는데 NFT 현금화, 즉 돈을 벌려는 작업장이 전면에 나와 운영되는 양상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서 일단 유저풀을 형성해 국내 서비스가 중단되더라도 그 유저들이 VPN(가상사설망)을 활용해 해외 서버로 이용할 것이고 게임사는 소송 등으로 시간이 걸리는 그 시간 동안 돈을 벌 것”이라며 “제2의 바다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미리 신속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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