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에서 판매하는 설 선물입니다. 영국의 오디오 명가인 윌슨베네시사의 ‘레졸루션 오디오세트’인데요. 가격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1억3340만 원이나 합니다. ‘후덜덜’ 한 가격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7300만 원짜리 캠핑카도 있고요. 구찌 등 명품 가방, 10돈 짜리 골드바도 판매합니다.
물론 1~2만 원 소독제, 3~4만 원 데일리 와인 등 가성비 상품들도 많습니다. 초고가나 초저가만 팔리는 ‘K자 소비 양극화’가 뚜렷하네요.
그렇다면 과거 사람들은 어떤 선물을 주고받았을까요?
설 선물의 시작은 그림입니다. 조선시대 도화서에서는 새해가 되면 임금의 만수무강을 빌고, 악귀를 쫓기 위해 불로초를 든 선동(신성의 시중을 드는 아이)을 그려 진상했는데요.
이런 관습이 민가로 전해져 정월 초하루가 되면 서로의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설 그림을 주고받았습니다.
이후 1960년대까지만 해도 선물이랄 것이 없었습니다. 경제 개발이 시작되긴했지만, 전쟁의 상처가 여전해 선물은 설탕이나 밀가루, 조미료 등 먹을 것에 집중됐습니다.
선물세트가 등장한 건 1970년대부터입니다. 산업화로 식료품보다는 화장품, 속옷, 양말 등이 매대를 채웠습니다. 특히 커피 세트는 다방문화 확산과 맞물려 그야말로 ‘대박’을 쳤습니다.
1980년대부터 명절 선물 문화가 본격화되는데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양과 질이 모두 채워졌습니다. 스카프, 지갑, 넥타이 등이 인기를 끌었고, 참치, 햄 통조림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선물 배달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1990년대 선물의 키워드는 개성이었는데요. 취향에 맞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상품권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또 양극화가 시작되면서 100만 원이 넘는 양주도 많이 팔렸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웰빙’ 바람을 타고 홍삼, 올리브유, 와인 등이 날개 돋힌 듯 팔렸습니다. 고령화 사회에 맞춰 효도폰, 가정용 의료기기도 인기가 좋았습니다.
2016년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명절 풍경이 확 달라졌는데요. 비싼 한우와 굴비 등이 매대에서 빠지고, 과자ㆍ라면세트, 양말, 과일(소포) 등 실속을 차린 제품들이 그 자리를 메웠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역시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데요. 보상 심리가 반영되면서 위에서 언급한 명품, 자동차 등 초고가상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실제 지난해 현대백화점에서 판매한 100만 원 이상 프리미엄급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 대비 80% 넘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실속도 빼놓을 수 없죠. 필요할 때마다 제품을 조금씩 나눠 받을 수 있는 구독권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비대면 라이프 스타일은 유통 구조도 바꿔놨는데요. 설 선물을 모바일로 주고받고요. 거리 두기로 대면이 어렵다 보니 선물만 미리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져 유통사들의 설 선물 기획도 빨라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