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생산기지가 자리한 중국 시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봉쇄령이 장기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상운영 체제로 공장을 운영해왔지만, 봉쇄 기간이 길어지며 생산라인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29일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생산라인의 탄력적 조정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임직원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회사의 경영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글로벌 생산라인 연계를 포함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 고객 서비스에도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시안시 당국은 22일(현지시간) 모든 주민에게 긴급한 사유가 없는 한 집에 머물러야 한다는 내용의 봉쇄 조처를 내렸다. 이틀에 한 번씩, 가구당 한 명만 생활필수품을 사기 위해 집밖에 나갈 수 있다. 기업 역시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
이에 삼성전자는 사업장 인근 기숙사에 거주하는 임직원 등 가용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라인에 투입하는 방식의 비상운영 체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 대응과 생필품 목적의 차량을 제외한 기업과 시민들의 운전도 금지하는 등 규제가 추가로 강화되며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생산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생산설비를 평소 수준으로 가동해왔지만, 봉쇄령이 길어지며 인력, 물류 면에서 평소와 같이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지 사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생산라인 운영을 조정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생산기지다. 2014년에 준공한 1공장과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2공장을 위해 총 250억 달러(약 29조 원)를 투자했다. 현재 삼성전자 본사에서 파견된 우리 국민을 포함해 약 3000명이 근무 중이다.
지난해부터 가동된 2공장에선 3차원 구조로 만든 V-낸드플래시가 양산된다. 1ㆍ2공장의 물량을 모두 합하면 삼성 낸드플래시 생산량 중 40% 수준에 달한다.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 시안공장 생산 제품의 비중은 15.3%에 달한다.
생산량 감소 기간이 길어지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매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올해 초 미국 오스틴시에 있는 파운드리 공장이 한파로 인해 멈춰 서면서 삼성전자는 약 4000억 원 규모의 손해를 봤다. 다만 오스틴 공장의 경우 완전히 가동이 멈췄던 반면, 시안공장은 가동률을 조정하며 운영을 지속하고 있어서 손실 규모는 지난번보다는 작을 전망이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시안 봉쇄령으로 인적·물적 이동이 제한되면서 삼성전자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의 원재료 확보와 낸드플래시 제품 배송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봉쇄령으로 인해 제품 생산에 피해를 본 건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중국 전기차 제조기업인 비야디(BYD)와 지리(吉利)자동차도 생산 차질로 자동차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안에 공장을 둔 또 다른 기업인 삼성SDI는 차질 없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다. 향후 정부 당국의 방침을 따르며 공장 가동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