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2년 사투 벌인 660만 소상공인

입력 2021-12-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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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 3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660만 소상공인ㆍ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코로나19와 정부의 방역 대책에 맞서 사투하고 있다. 장사가 곧 목숨인 이들은 방역 강화로 2년간 생계 위협을 마주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동대문·남대문 시장과 함께 서울 3대시장으로 꼽히던 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에서 40년째 장사를 해온 한 상인이 호떡을 팔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김동효 기자 sorahosi@

서울 중구에서 4년째 고깃집을 운영해온 50대 A 씨는 고단한 얼굴로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온몸으로 맞은 시간이 어느덧 2년을 꽉 채워가지만, 아직도 터널 끝은 보이지 않는다. A 씨는 “코로나 전보다 월매출이 3분의 1토막이 났다. 손님이 한 테이블도 오지 않았던 날이 수두룩했다. 하루하루가 고비였고, 술로 버티는 날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한 줄기 빛이 보였지만 오미크론 확산과 확진자 폭증에 예약은 줄취소됐고, 새로 고용한 종업원은 정리해야 했다. 살얼음판 걷듯 2년을 버텨온 그는 “이제 금융권도 대출을 거부한다.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래도 버틸거다.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길 바란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이 3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660만 소상공인ㆍ자영업자들은 여전히 깊은 터널 속에 갇혀 있다. 장사가 곧 목숨인 이들은 방역강화로 긴 시간 생계 위협을 마주한 탓에 지쳐있거나 담담했고, 혹은 분노했다.

올해 수도권에선 거리두기 4단계가 3개월 넘게 지속됐다. 위드 코로나는 불과 45일 만에 끝났다. 방역이 강화될 때마다 매출은 급감했다. 서울 신림동에서 5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고장수 전국 카페시장연합회 회장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방역수칙이 끊임없이 바뀌면서 매출과 고용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졌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좌절하는 건 전통시장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현대화 작업에도 대형마트에 밀려 뒷방 신세가 됐던 전통시장은 감염병 확산에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서울 3대 시장으로 불릴 만큼 번성했던 서울중앙시장 골목은 허전하다 못해 휑했다. 40년 가까이 이 터에서 생계를 꾸려온 B 씨는 “매출이 형편없이 곤두박질쳤다. 먹고 살기가 참 어렵다”고 토로했다.

▲서울 종로구 종각 일대. 조현호 기자 hyunho@

소상공인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900만 원. 전년 대비 반 토막 난 수치다. 정부는 재난지원금, 금융지원을 포함해 지난해 43조 원, 올해 51조 원을 투입했지만, 그 사이 자영업자 부채는 110조 원 가까이 불어난 900조 원(한국은행 올해 9월 기준)에 육박한다. 구멍 난 매출과 영업이익을 대출로 근근이 버텼다는 의미다. 이종욱 서울여대 명예교수는 “강화된 거리두기로 올해 경영난은 더 심각할 것”이라며 “특히 평균 밑 위기의 소상공인들이 많을 것이라는 점을 정부가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들은 최근 가게 문을 걸어 잠그고 거리로 나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일방적인 희생’에

대한 반기를 들며 “우리가 죄인이냐”고 반문했다.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냐는 일부 부정적 여론은 마음의 멍이 됐다.

내년 전망도 암담하다. 하지만 혹독한 시련에도 소상공인들은 다시 희망을 이야기 한다.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이전과 달리 방역대책과 보상안이 같이 마련되고, 지원금 지급 속도가 빨라지는 등 희미하게나마 정책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며 “더디지만 조금만 더 함께 헤쳐나가길 바란다.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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