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임박…대부분 진술에 의존, 피신조서 증거 제한도 걸림돌
검찰이 곽상도 전 의원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한동안 수사에 답보 상태를 보였던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수사에 재시동을 걸었다. ‘50억 클럽’ 로비 의혹 규명은 물론 ‘윗선’ 개입 여부 의혹 수사까지 갈 길이 멀지만 해가 바뀌며 검찰 수사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대장동 개발사업 주체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로부터 50억 원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50억 클럽’에 거론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조만간 재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50억 클럽과 관련한 또 다른 인물인 곽 전 의원에 대한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 캐물었다.
두 사람은 대장동 사건의 로비 의혹과 연결된다. 수사팀은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되지 않도록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의 부탁을 받은 곽 전 의원이 김 회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 직원이었던 그의 딸이 화천대유 소유의 아파트를 시세보다 싸게 분양받은 사실이 알려져 특혜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지난달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고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이 줄이어 사망한 뒤 검찰의 수사력이 힘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가운데 수사팀이 최근 로비 의혹을 다시 들여다보며 수사가 활기를 띄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왔다.
그러나 대장동 수사가 해를 넘기며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3월 9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가 2개월 앞으로 다가오며 수사 대상과 범위를 넓히는 등 적극적인 수사는 어려울 전망이다. 검찰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야권이 ‘대장동 윗선’으로 지목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측근들을 수사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상 선거일로부터 100일 전에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불문율”이라며 “검찰 수사가 선거 일자와 가까워질수록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새해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도 대장동 수사팀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검찰에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을 부인할 경우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고인이 조서의 내용에 부동의하면 공소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대장동 수사는 주요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참고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혐의점을 맞춰온 만큼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이 향후 수사의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검찰도 대책 마련에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30일 검찰에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 대응 매뉴얼’을 배포했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영상녹화조사를 적극 실시하거나 공범 등의 주요 진술을 증거로 보전‧사용할 수 있는 증거보전청구 등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