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준 절차 늦은 한국은 2월 1일 합류 예정
중국, TPP 탈퇴한 미국과 달리 국제무대 선점 노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한·중·일과 아세안 회원국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RCEP이 공식 출범했다. 2012년 11월 협상을 처음 시작한 이후 약 10년 만이다. 국내 비준을 마친 일본과 중국, 호주, 싱가포르 등 10개국에서 먼저 시행되고 비준이 다소 늦어진 한국은 내달 1일 합류한다.
RCEP 출범으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과 유럽 관세 동맹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지역무역협정이 탄생했다. RCEP 역내 인구만 23억 명에 달하고 연간 역내 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약 30%를 차지한다.
RCEP이 아태 지역 무역에 단비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역내 관세 철폐율은 90%를 넘어선다. 아시아 지역 내 공급망 구축 강화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무역 전문가인 싱가포르 경영대(SMU)의 헨리 가오 법학 부교수는 “RCEP은 동남아시아 공급망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한국과 일본과의 무역을 증진함으로써 중국에 이익이 될 것”이라며 “미국에 기존 전략을 재고하고 아태 지역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경종을 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석대표를 맡았던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의 웬디 커틀러 부회장도 “RCEP은 새로운 규칙과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가 그룹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TPP를 탈퇴했다. 이후 일본과 호주 등이 TPP 후속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창설했지만, 여기에도 참가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세계 무역 무대에서 자리를 비운 사이 중국 주도의 RCEP이 출범한 것이다. 그간 국제무대에서 미국에 밀리던 중국이 일종의 반격 루트를 찾았다는 평가다.
중국 역시 이 같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RCEP 출범 후 세계 경제 회복을 견인하는 기관차가 될 수 있다”며 “아태 산업 체인을 더 긴밀하게 확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런홍빈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RCEP은 새로운 발전 방식을 구축하고 중국 경제를 개방하는 이정표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RCEP은 전염병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효과적으로 상쇄하고 기업의 무역과 투자에 대한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