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데이터’ 기반의 ‘효율 경영’을 택했다. 최적화된 상품을 구성하는 한편 오프라인 점포를 온라인 배송 기지로 활용함으로써 한정된 공간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내고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이제훈 홈플러스 사장은 3일 전직원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를 통해 “지난해 모든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했다”면서 “온·오프라인 경쟁력과 성장 동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유통 선도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비전을 밝혔다.
과거 홈플러스 대형마트에서는 5만5000여 개의 상품을 팔았다. 1월 현재는 4만여 개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약 30% 줄어든 수치다. 상품 수가 줄어든 반면, 홈플러스 신선식품 매출 비중은 3년 연속 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형마트의 강점인 신선식품에서부터 상품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는 포석이다. 점포 리뉴얼 작업을 할 때는 식품과 비식품 비중을 기존 5:5에서 6:4로 탈바꿈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현장에서 즉석으로 조리해 주는 크랩·스테이크 등 ‘오더 메이드’ 존을 확대해 고객 친화형 매장으로 꾸민다. 샐러드바/도시락/크랩찜/스테이크 등 9개 품목, 총 150여 종으로 구성한 특화존도 선보인다.
이 사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먹거리 품목이 온라인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을 견인하면서 지난해 홈플러스 온라인 신선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신장했다”면서 “홈플러스는 마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신선식품’이라는 강점에 온라인 채널을 입혀 이커머스 업체와의 매출 격차를 벌리고, 장기적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고 강조했다.
이커머스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배송 경쟁의 흐름이 ‘마트’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도 매장을 배송 공간으로 활용한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매장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펼치는 ‘운영 효율화’에 집중한다.
과도한 출혈 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꾀할 수 있는 비결은 ‘기존 점포 자산의 활용’이다. 홈플러스는 2002년부터 ‘마트’를 기반으로 하는 ‘마트직송’ 방식을 택했다. 홈플러스 온라인의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0%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현재 121개 홈플러스 대형마트, 253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총 374개 점포를 물류거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체 467개 점포 중 약 80%가 물류 기능을 갖췄다는 의미다. 대형마트 한 점포에서만 하루 최대 1600건(간석점 기준)의 온라인 장보기 주문을 소화할 수 있다.
‘마트직송’과 ‘당일배송’을 2002년 업계 최초로 시작하며 점포 기반의 물류거점을 지속 확대해온 홈플러스는 전국 각지 홈플러스 ‘마트’의 물류기지 역할을 대폭 강화해 2025년까지 하루 온라인 배송 건수를 13만 건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온라인 전용 피커를 4870명(현재 1980명), 배송차량은 3830대(현재 1550대)로 늘려 전국 어디서든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빠르고 신선하게 ‘당일배송’ 하는 데 박차를 가한다.
마트 기반 배송 수요가 급증하자 지난해 10월에는 홈플러스 영등포점과 영통점에서 ‘홈플러스 세븐오더’ 서비스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당일배송 예약 마감 시간을 오후 2시에서 7시로 늘리고, 배송 시간을 자정까지 늘린 서비스다. ‘세븐오더’ 서비스도 ‘데이터’가 기반이 됐다. 홈플러스는 온라인 고객 92% 이상이 당일배송과 익일배송을 택하는 쇼핑 패턴에 집중했다. 그 결과 론칭 두 달 만에 영등포점과 영통점의 하루 평균 온라인 매출이 직전 3주 대비 각 14%, 18% 신장했다. 이에 이달 내 영등포점, 영통점 ‘세븐오더’ 전용 차량을 2배로 늘리고, 상반기까지 ‘세븐오더’ 서비스를 전국 주요 도시 22개점에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