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고려하면 가격 지속 상승 전망
배터리업계, 폐배터리 재활용 등 리튬 확보 노력
탄산리튬 가격이 연이어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리튬 확보를 위해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당장 마땅한 해법이 없어 비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처음으로 40달러(4만7688원)를 돌파했다. 1일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는 탄산리튬 가격이 톤당 4만1925달러에 달했다며, 전년 동기 대비 485.8%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탄산리튬 가격은 이달 들어 매일 최고가를 넘어섰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257.5위안(약 4만8265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초 탄산리튬 가격이 187.5위안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37.3%가 상승한 셈이다.
탄산리튬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것은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으로 리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양극재 원료로 사용되는 리튬은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으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탄산리튬은 배터리 핵심 소재로 이차전지 양극재를 생산하는 데 핵심 원료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자연스럽게 탄산리튬의 가치도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40% 늘어난 85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향후 전기차 수요 전망을 보면 리튬의 가치는 지속해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리튬 확보량을 늘리며 세계 리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탓에 향후 국산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중국은 리튬 매장량이 10%가 채 안 되지만, 리튬 화합물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다. 중국 광물업체들이 남미와 호주에서 리튬을 대거 들여왔기 때문이다. 공급망 확보가 제품 원가와 공급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리튬을 많이 확보하지 않으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리튬 공급난에 대응하기 위해 확보 전쟁에 나섰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대표적이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다 쓰고 버려진 배터리에서 주요 원료인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해 새 배터리에 사용할 원자재로 다시 쓰는 것을 의미한다.
LG에너지솔루션ㆍSK이노베이션ㆍ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미 폐배터리 사업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LG화학과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라이-사이클'(Li-Cycle)에 총 6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했다. 라이-사이클은 배터리를 재활용해 배터리 핵심 원재료를 추출하는 전문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최근 'BMR 추진 담당'을 신설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그간 축적된 정유공장 운영 기술을 바탕으로 수산화리튬 추출 기술을 자체 개발해 54건의 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사용 전문기업인 피엠그로우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전문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배터리 재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전기차 공급이 이뤄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만큼 폐배터리 본격 발생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은 2010년 초부터 전기차를 판매했지만,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지난해다. 폐배터리가 전기차 보급 후 최소 5~7년이 지나야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차가 발생하는 셈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아직 시작단계여서 시장이 크지 않다”며 “올해나 작년에 공급된 전기차가 대량으로 폐차되는 2025년 이후부터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미리 기술을 개발해놓고 대비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차 발생을 고려해 장기공급계약이나 공급선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곳도 있다.
지난해 10월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광산업체 시그마리튬(Sigma Lithium)과 전기차 배터리용 리튬 농축액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리튬 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공급선 다변화 전략도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는 상황으로 여러 차원에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