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코로나19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의 유효기간(6개월)이 오늘(3일)부터 적용됐습니다.
제도 도입 첫날 찾은 여의도 식당가. 식당에 들어선 30대 직장인이 QR(큐알)코드를 스캔하자 ‘접종 완료자입니다’라는 음성이 나왔습니다. 미처 카카오 전자출입명부 앱을 업데이트하지 못했다는 또 다른 직장인은 부랴부랴 현장에서 앱을 업데이트하기도 했습니다.
일부에선 쿠브‘(COOV) 앱 QR 코드 전자증명 서비스 먹통 현상이 재현되기도 했습니다. QR 코드 대신 빈 화면이 뜨거나 본인 인증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난 것이죠. 사전 안내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 백신 접종 내역을 업데이트하려는 이용자들이 몰리면서입니다.
앞서 방역패스 전면 적용 때 점심시간에 접속이 몰려 대규모 서버 마비 등이 일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그래도 이번에는 비교적 문제없이 지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방역패스 유효기간 제도와 관련한 논란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방역패스 유효기간 제도를 빌미로 정부의 방역 정책 자체를 비난하는 목소리까지 나옵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집계 결과를 보면 전날까지 방역패스 유효기간 만료 대상자 563만 명 중 92%인 518만 명이 3차 접종을 받았습니다. 1만4000명은 3차 접종 예약을 마친 상태죠.
나머지 43만6000명은 3차 접종을 받지 않고 예약도 하지 않아 유효기간이 만료됩니다. 오는 9일까지는 계도기간이어서 방역패스 위반으로 과태료 등 행정 처분이 내려지지는 않지만, 10일부터는 유효하지 않은 방역패스로 다중시설을 몰래 이용하다 적발되면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됩니다.
이들을 식별하는 방법은 전자 예방접종증명 앱 화면을 인식기에 댔을 때 나오는 소리입니다. 유효기간이 남은 경우 ‘접종 완료자입니다’라는 음성 안내가 나오고, 유효기간이 만료된 경우엔 음성 안내 없이 ‘딩동’ 소리만 나오게 됩니다.
시설관리자가 이용자의 접종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끔 소리로 안내하는 방식으로 도입한 것이죠. 그런데 미접종자들은 이를 두고 인권침해가 아니냐고 지적합니다. 미접종 사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죠.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백신패스 철회를 요청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방역패스를 대형마트·백화점까지 확대되는 등 강화된 조치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것이죠. 이에 방역패스에 반대하는 집단 행정소송도 제기됐습니다.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를 비롯한 의료계 인사들과 종교인, 일반 시민 등 1023명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청장, 서울시장을 상대로 지난달 31일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요. 이들은 정부가 도입한 백신패스가 국민에게 사실상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불이익을 준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적절한 방역 수단이 아니며 과도하게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으므로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수칙 강화는 필요한 부분이며, 이 중에서 백신접종은 필수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정부도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패스, 예방접종이라는 방역 정책의 축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미접종자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방역패스 유효기간 도입은 미접종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합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백브리핑에서 “방역패스는 미접종자들의 중증화·치명률이 워낙 높기 때문에 미접종자들을 보호하고 감염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하는 대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미접종자는 접종 완료자에 비해 중증화율은 5배, 사망률은 4배 높게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며 “예방접종의 효과가 당연하고 확진자, 중증환자, 사망자 규모에 영향 미치고 있는 점을 볼 때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일은 과학적이지 않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백신이 없었다면 확진자는 2~3배, 중증·사망은 3~4배 규모였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방역 대책을 두고 갈등을 빚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닙니다. 백신 접종 의무화를 선언한 국가까지 있는 유럽에서는 특히 심한데요.
네덜란드에서는 2일(현지시간) 수천 명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봉쇄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합니다. 시위대들은 이날 흰색 작업복과 가면을 쓰고 ’이것은 바이러스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통제에 관한 문제다‘ 자유’ 등의 구호가 쓰인 종이를 들고 항의했다고 합니다.
독일에서는 방역 책임자에 대한 습격도 있었다고 합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카를 라우터바흐 보건장관의 지역사무소가 신원 미상자의 공격을 받아 유리창이 파손됐습니다. 라우터바흐 장관은 이전에도 협박성 이메일을 받거나 낙서 테러를 당하는 등 봉쇄에 불만을 가진 이들의 표적이 된 바 있습니다. 지난달 10일에도 쾰른 사무소 외벽이 ‘질병부 장관’, ‘살인자’, ‘사이코패스 라우터바흐’ 등의 낙서로 뒤덮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일부 국민들에게 폭력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벌어진 현상들입니다. 이와 관련해 독일의 철학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는 “ 생물학적으로 취약한 인간은 전염병이 돌면 타인과 의학적 운명공동체로 엮일 수밖에 없다”며 “바이러스와의 관계에서 취하는 모든 태도는 더 이상 순수한 개인적 사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