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최근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며 잠정조치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이 검찰에 잠정조치 신청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거절했기 때문이다. A 씨의 잠정조치 신청은 법원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지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김재련 변호사가 맡은 스토킹 피해 사건 중 하나다. 김 변호사는 "경찰이 잠정조치를 신청하지 않을 경우 이유를 검찰에 보고하게 돼있지만 검찰이 청구하지 않는 이유는 설명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고 이의신청을 할 수도 없다"며 "스토킹처벌법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스토킹처벌법 잠정신청에 미비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피해자 보호가 스토킹처벌법 목적이라면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가 우선 돼야 하지만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은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 조치 없는 잠정조치는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허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잠정조치로 접근금지 명령을 받아도 이를 위반했을 때 가해자에게 타격을 주지 않는 한 피해자만 불안하고 나아질 것은 없다"며 "가해자에 대한 제재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은의 변호사는 "한국사회는 스토킹에 관대해 가해자를 구속해야 할 사안도 잠정조치로 미봉하려 한다"며 "빠른 잠정조치에 덧붙여 구속영장 청구를 적극적으로 해야한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또 "스토킹 범죄는 보복 가능성과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1차원적 문제"라며 "피해자를 포함한 가족·주변인에 대한 보호조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조사관은 "스토킹은 대부분 이전에 알고 지내던 사이에서 발생한다"면서 "가해자는 처벌을 받으면 '피해자가 나를 용서하지 않아서 이렇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는 사법부를 무서워하기보다 보복심을 키우게 된다"며 "보복을 당할 것이 뻔한데 가해자를 달래고 일단 용서할 생각을 하지 강력한 처벌을 해달라고 할 피해자는 극히 드물다"고 밝혔다.
허 조사관은 "'반의사 불벌죄'는 피해자를 더 취약하게 하는 제도"라며 "법조차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처벌을 알아서 결정하라고 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도 "현행 잠정조치에는 가해자의 개선을 위한 수강 조치 등이 없다"며 "신고 후 전문가가 조기 개입해 위험성을 낮출 수 있도록 상담을 진행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덜 불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