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DSR 규정까지 새롭게 바뀌어
'구축 매수' 위한 대출 더 어려워져
'계양 동도센트리움' 전용 59㎡형
'특공' 8가구 모집에 630명 몰려
고분양가 논란 단지도 경쟁 치열
은행 대출 창구가 갈수록 좁아지면서 새해에도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험로’가 예상된다. 지난해 말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 증가액은 11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가계대출 잔액은 크게 줄어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대출은 사실상 막힌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올해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까지 더해질 전망이어서 당분간 무주택자의 청약시장 쏠림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주담대 잔액 증가액은 2조76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주담대 증가액은 2조1122억 원으로 2018년 2월 (1조8000억 원 증가)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소 증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주담대 잔액 증가 폭 둔화와 함께 가계대출 잔액도 대폭 축소됐다.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11월 2조3622억 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약 85% 이상 줄어든 3649억 원에 그쳤다.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신용대출 한도를 대폭 줄이자 신용대출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은 올해 더 높아질 전망이다. 당장 금리가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3.51%로 신용대출 금리는 5.16%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7년래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연내 두 번 이상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만큼 주담대 이자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부터 적용된 DSR 규제도 무주택자에겐 큰 부담이다. 지난 1일부터 총대출액 2억 원이 넘는 대출자는 DSR 40%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7월부터는 총대출액 기준이 1억 원으로 더 강화된다. 주담대와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매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 합계가 연 소득의 40% 이내로 제한된다. 기존에 전세자금대출 등을 받아 주거하고 있다면 사실상 주택 매수를 위한 추가 대출은 불가능한 셈이다.
여기에 주요 금융정책 수장들은 올해도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예고해 주담대를 받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강화를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했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내부 취약 요인은 금융시스템의 약한 고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더욱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은행 대출을 통한 주택 매수가 어려워지자 무주택자들은 연초부터 청약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인천 계양구에서 분양하는 ‘계양 동도 센트리움’은 특별공급부터 무주택자가 몰렸다. 전용 59㎡형 생애최초 유형에는 8가구 모집에 해당지역과 기타지역을 합쳐 총 630명이 몰렸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131가구·2개 동 규모 ‘나홀로 아파트’임에도 청약자가 예상보다 많이 몰렸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집값 약세를 기록 중인 세종시에도 무주택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세종시 조치원읍에 들어서는 ‘엘리프세종’ 특별공급 전용 59㎡형 생애최초 유형은 38가구 모집에 349명이 청약통장을 던졌다. 이 단지 역시 분양 전 3.3㎡당 분양가 1000만 원을 넘겨 비싸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특별공급부터 청약자가 대거 몰리는 등 새해 시작부터 청약 과열 조짐이 전국으로 퍼지는 모양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무주택자 기준으로 내 집 마련의 가장 합리적인 수단은 청약이 유일하다”며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 공공분양뿐 아니라 민간 청약에도 주택 실수요자들이 대거 몰릴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