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기능 왜곡, 의사결정 신속성 저하 등 우려
경제계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법안 입법이 가시화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안건조정위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안이 통과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야는 이날 노동이사를 비상임 1명으로 하고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치도록 하는 정부안을 준용하되 시행 시기를 공포일로부터 6개월로 하는 안에 합의했다.
경제5단체는 “그동안 노동이사제 입법 추진에 앞서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함을 거듭 강조해왔다”며 “그러나 이런 요청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갈등적 노사관계 환경에서 공공부문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을 심화하고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도덕적 해이가 더욱 조장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민간 기업에까지 확대될 경우 경영상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저하하는 등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가 이 법안에 대해 추가적인 입법절차를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경제계가 노동이사제의 문제점으로 크게 △이사회 기능의 왜곡 및 경영상 의사결정의 신속성 저하 △경제시스템과의 부정합성 △민간 기업 압박 등 세 가지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대립적ㆍ갈등적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하면,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것은 경영상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회의가 단체교섭의 연장이 되도록 하고, 노사 간의 갈등이 이사회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경영상 의사결정의 전문성과 신속성이 저해될 수 있다. 이사회는 기업의 경영상 의사결정을 핵심적인 기능으로 하는데 전문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비전문적인 노동이사가 이사회에 참가해 노동계의 입장을 관철하려 하면 이사회의 핵심 기능 수행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이사회는 경영목표, 예산, 운영계획 등 경영계획과 정관 및 내규 등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핵심적이고 최종적인 의사결정기구로서 이사들은 그에 맞는 구실을 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계의 주장이다.
경제시스템과의 부정합성도 문제점 중 하나다. 한국과 같이 주주 자본주의 체제에 근간을 두고 있는 미국, 영국 등에서는 노동이사제를 법률로 규정한 사례가 없다고 경제계는 강조하고 있다.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국가 중에서도 대부분 나라는 경영상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이사회가 아닌 사후 감독을 주 업무로 하는 감독이사회에 노동이사가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민간 기업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사갈등이 심화한 민간 기업에까지 확대될 경우 기업들의 노사관계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경영환경은 크게 악화할 것이라는 것이 경제계의 입장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노사 간 협력과 타협은 노사협의회 및 단체교섭을 통해서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공공기관 노조조직률이 매우 높고, 대부분의 노조가 상급단체에 가입해 개별단위뿐만 아니라 중앙단위에서도 노동계의 주장을 정치권과 정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