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연구소, 2013년부터 경제 전망 보고서 발간 중단…전망 내용 이목
정은보<사진> 금융감독원장이 연구기관장 간담회에 삼성의 싱크탱크인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를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정 원장은 5일 연구기관장 간담회를 개최해 올해 국내외 경제·금융시장을 전망하고 주요 리스크 요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간담회에는 박종규 금융연구원장,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김남수 삼성글로벌리서치 부사장,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영민 LG경영연구원장이 참석했다.
정 원장은 작년 취임 때부터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에 올해 첫 간담회를 주요 민간 연구기관과 하는 만큼 그 내용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주목할 점은 삼성글로벌리서치의 참석이다. ‘세리(SERI)’란 명칭으로 알려진 삼성글로벌리서치는 과거 삼성 계열사 재편 방향을 조언한 삼성의 핵심 연구기관이다. 최근에는 경영 트렌드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세리 포럼’ 등으로 외부 활동을 하고 있다.
삼성글로벌리서치 참석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연구소가 경제 전망을 중단한 지 10년 가까이 됐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매년 하반기에 경제 전망을 발표해왔지만 2013년부터 이 자료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 싱크탱크’란 상징성 때문에 보고서에 관한 관심이 과도하게 쏠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자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이번 정 원장의 간담회 주제는 ‘경제·금융시장 전망’이다. 외부에 경제전망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연구소 방침을 고려하면 이번 간담회 참석은 이례적이다.
이에 금감원도 연구소의 방침을 인지하며 최초 보도자료에는 삼성글로벌리서치의 경제 전망 내용을 제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구소 내 방침이 있어서 삼성글로벌리서치 코멘트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연구기관장은 미국 통화정책, 국내 주택시장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전망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장은 올해 3월 중소법인·소상공인 차주 상환유예 종료 시 은행들의 대손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은 미국의 빠른 긴축 가능성, 미국과 중국의 갈등 심화에 따른 글로벌 교역 정체를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공백을 해소하고자 업권별·채널별 영업규제 방식에서 기능별 영업 규제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김영민 LG경영연구원장은 미국의 통화 긴축 가속화, 중국경제 경착륙, 국내 주택시장의 조정 가능성 등을 올해 주시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인플레이션 가속화,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내수경기 회복력 약화 가능성 등을 위험요인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