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키워온 방향을 돌아보면 획기적인 시도는 없었다. 기존에 유사한 서비스와 사업자가 있었다. 업비트와 증권플러스 비상장(장외주식거래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지금 두나무가 선도적인 자리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아직 충족하지 못한 니즈를 캐치하고 운영으로 이어가서다."
지난달 14일 ‘두나무 혁신 성장 로드맵’ 기자회견에서 임지훈 전략담당이사(CSO)가 밝힌 소회다. 솔직한 고백이다. 천지가 개벽할 서비스를 내놓기보다, 기민하게 이용자의 잠재된 수요에 맞춰나갔다는 것이다. 최근 두나무가 내놓는 신사업 면면이 더욱 아쉬워지는 이유다.
두나무의 NFT(대체불가토큰)와 메타버스 콘텐츠는 빈곤했다. 순수미술 작품을 NFT로 발행해 경매에 부쳤다. 누가 해당 NFT를 사는지, 왜 최종 낙찰 가격이 시작가 대비 80배 이상 올랐는지, 해당 NFT의 유효 기간이 언제까진지 알 수 없었다.
야심 차게 출범한 세컨블록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다. 아티스트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팬미팅을 진행한다고 예고했지만, 충분히 기존 팬 대상 콘텐츠로 갈음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온라인 초단기 임대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유저들에게 어떤 새로운 경험을 안겼는지 또한 알 수 없었다.
플랫폼도 닳는다. 가상자산 거래소 플랫폼은 더욱 그럴 공산이 크다. 투자자 대부분이 2030에 몰려 있다. 돈을 따는 이와 잃는 이가 명백하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들의 가격이 오르내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그 사이서 거래소 플랫폼은 0.05~0.2%의 거래 수수료를 가져간다. 새로운 투자자의 유입이나 다른 사업 모델이 없다면 시장 자체가 쇠락하기 쉽다.
두나무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타 거래소 또한 뚜렷한 혁신 서비스 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두나무가 시장 점유율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업계 1위라서, 2021년 예상 납부 세금이 9902억 원에 달해서 아쉬운 것이 아니다. 금융과 기술의 혁신을 내세우며 숨은 니즈를 발굴해내는 그간의 기조가 퇴색된 것처럼 비쳐서다.
가상자산은 흑백이 명백한 영역이다. 혁신의 기수가 될 수도, 뜬구름에 동조하는 이들만 모인 가두리 양식장이 될 수도 있다. 후자로 기울지 않기 위해선 기민하게 미충족 니즈를 확인하고 가상자산 시장 밖의 요소들과 연결해야 한다. 업계의 기수들이 빈곤한 플랫폼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