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신용 등급과 관계없이 회사채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앞두고 미리 현금 확보에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회사채 발행 수요가 커진 요인으로 꼽힌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는 14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기점으로 다수의 회사채 수요예측이 대기 중이다.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업들이 서둘러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현대로템과 두산은 각각 11일과 13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대한항공과 한진도 20일과 30일 각각 3000억 원, 700억 원의 회사채를 모집할 예정이다. 롯데렌탈은 18일 수요예측을 거쳐 2500억 원 규모의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채권을 발행해 자금 조달에 나선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는 이달에만 약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12월 회사채 수요예측은 역대 최저 수준인 4900억 원에 불과했다. 12월 회사채 발행 수요가 1월로 미뤄지고, 국내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회사채 선발행 수요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연초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차이) 축소로 투자 수요가 늘어나는 ‘연초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말 회사채 AA- 3년물 기준 스프레드는 60bp 이상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투자 매력이 높다는 평가다. 최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9%를 넘어서면서 크레딧 스프레드는 축소되는 양상을 보인다.
연초 효과에 따른 풍부한 매수 수요와 금리 불확실성에 따라 1~2월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 불확실성이 큰 만큼, 미리 선조달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며 “회사채 선조달 수요가 커지면서 1~2월 회사채 발행이 급증할 전망이다”고 말했다.